“목표요,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이죠!”
안새봄(18ㆍ여ㆍ삼성에스원)의 눈은 반짝거렸다.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오갔다.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쓰면 되겠군.” 기자의 한마디에 안새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안돼요!” 국가대표 선발전이 남았는데 올림픽을 거론하면 안 된단다. “아하, 황경선에게 질 수 있으니까 선발전은 경험 삼아 나가는 거구나?” “아니에요, 그럼 4년이나 기다려야 하는걸요. 꼭 이길래요.”
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만난 안새봄은 강화여고 졸업반. 농구선수처럼 큰 키(182㎝)에 코스모스처럼 하늘거렸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되자 눈빛이 달라졌다. “패할지 모르니 목표를 미리 밝힐 수 없다”던 수줍음은 온데간데없었다. 2007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미들급 3위 박민수와 맞섰지만 밀리지 않고 연신 매서운 발차기를 날렸다.
“최연소 올림픽 챔피언 노린다”
낭랑 18세 안새봄은 태권도 사상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을 꿈꾼다. 안새봄이 올림픽을 꿈꾸기 시작한 건 중3 시절인 2004년부터. 문대성이 아테네올림픽 남자 헤비급(80㎏이상) 결승에서 멋진 뒤후리기로 금메달을 따내자 “나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안새봄이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 무대에 서려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따낸 한국태권도의 간판스타 최연호(27ㆍ상무). 그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강에 드는 선수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만난 선수보다 기량이 훨씬 뛰어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게다가 올림픽에서는 남녀 8체급이 4체급으로 줄고, 국가당 남녀 2체급씩만 출전할 수 있다. 안새봄이 출전하는 67㎏이하급은 웰터급과 미들급 선수가 총출동한다. 웰터급과 미들급의 강자 황경선(22ㆍ한체대)과 이인종(26ㆍ삼성에스원)을 모두 이겨야만 왼쪽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 수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셈이다.
황경선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의 판파판정으로 동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강. 세계선수권 2연패(2005ㆍ2007년)를 달성한 황경선은 실력은 물론이고 노련한 경기운영능력까지 돋보인다. 그러나 안새봄은 지난달 2007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미들급 최강 이인종을 꺾으면서 우승해 황경선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피아노보다 태권도가 좋았어요”
안새봄은 강화 갑룡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와 피아노를 동시에 배웠다. 강화읍 중앙시장에 있던 허름한 건물 3층에 태권도체육관, 1층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다. “태권도와 피아노를 한꺼번에 배웠는데 왜 태권도를 선택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피아노가 싫다기보다는 태권도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욕심이 없어요. 그런데 태권도 경기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꼭 이기고 싶어요.”
아버지 안명섭씨는 “새봄이가 9세 때 태권도를 그만두게 한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당시 안새봄은 체육관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게다가 피아노와 태권도를 함께 배울 때도 체육관에만 가면 집에 가는 걸 잊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이 태권도를 계속 배우도록 허락했고, 어머니는 관장에게 “애가 너무 순하니 승부욕을 길러달라”고 부탁했다.
그저 태권도가 좋았던 태권소녀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돌려차기와 뒤후리기 등으로 상대 얼굴을 자유자재로 공격하는 만능선수인 안새봄은 다음달 국기원에서 열리는 올림픽 1차 선발전(13,15일)에 출전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선 먼저 황경선과 이인종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한다.
울산=글ㆍ사진 이상준기자 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