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상대 견제 여유로 넘겨… 플레이·매너 원숙미가 넘쳐
지난해 6월12일 전주 KCC 입단식에서 서장훈(34)은 애교 섞인 볼멘소리를 냈다. “그동안 살면서 제가 그리 못된 짓을 많이 한 것 같지도 같은데 자꾸만 주위에서는 악동이라고 하니….”
서장훈의 말대로 서장훈은 말썽꾼이 아니다. 하지만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기에 평범한 행동도 크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를 하다 보면 심판에게 거친 항의도 할 수 있고, 상대 선수와 고성이 오갈 수도 있지만 서장훈이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악동’ 서장훈이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더 잘할 수는 없다”는 허재 감독의 말처럼 기술적인 면이 아니다. 상대 수비수들에게 집중적으로 파울을 당하고 때로는 얻어 맞아도 힐끔 눈만 흘길 뿐이다.
9일 모비스전이 끝난 뒤 서장훈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답답하고 억울할 때는 많죠. 상대 선수가 밀고 들어올 때는 정당한 몸싸움으로 인정하고, 제가 몸을 움직이면 오펜스 파울을 불 때가 많아요. 하지만 자제하면서 그냥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장훈의 ‘초월 모드’는 허 감독과 무관하지 않다. 허 감독은 틈만 나면 서장훈에게 “심판 판정에 절대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라. 네 심정 내가 다 안다”며 등을 두드려준다.
‘농구 천재’ 허 감독도 서장훈 못지않게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경기 도중 베트콩(상대 주득점원에게 격렬한 몸싸움을 거는 식스맨)들에게 얻어맞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코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고, 경찰까지 출동한 경우도 있었다. 허 감독은 누구보다 후배 서장훈의 처지를 잘 이해한다.
날카로운 눈매와 달리 서장훈은 독하지 못하다.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해도 “너 한번만 더 그러면 나도 똑같이 해준다”며 입을 샐쭉거리지만 어디까지나 말뿐이다. 실제로 손찌검을 한 적은 없다.
Xports 김유택 해설위원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서)장훈이가 여러모로 성숙해진 것 같다. 플레이의 원숙미는 물론이고, 매너나 코트 밖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도 연륜과 여유가 묻어난다. 장훈이는 정말 진화하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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