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자진 입국해 어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재판에서 법정증언을 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그는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된 피의자 신분이다. 법정에서 스스로 밝힌 대로 그는 론스타의 투자와 전략을 최종 결정하는 당사자다.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한 사건이나, 이후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인수가격을 낮춘 주가조작 사건 모두에 직ㆍ간접 간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입국한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 동안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일절 불응하던 그가 정권교체 시기에 자진 입국한 대목이 공교롭다. 해외투자 유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새 정부와 사태 해결에 대한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데이비드 엘든씨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HSBC은행의 아태지역 회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구설수에 오른다. HSBC는 올해 4월 말까지 한국정부의 인수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론스타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 승인여부는 새 정부 의지보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사전 묵계설은 신빙성이 부족하다.
오히려 론스타측이 외환은행의 조기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미 두 사건 재판 진행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헐값매각이나 주가조작에서 론스타의 개입 사실을 입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상태다.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속 시원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새로운 의혹만 보태고, 외환은행의 주인 찾기는 더욱 혼미해질 개연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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