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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 아우를 힙뽕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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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 아우를 힙뽕 나가신다!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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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토크토크] 주현미·윤일상·조PD

'힙뽕'이라는 신조어가 2008년 가요계를 강타할 조짐이다. 힙합과 트로트(뽕짝)이라는, 언뜻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기 어려울 듯한 두 음악이 뭉쳤다.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이 작곡을, 신랄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읊조리던 가수 조PD가 가사와 랩을 맡았다. 그리고 1990년대 최고의 '트로트 디바' 주현미가 마이크를 잡았다.

'신구조화'와 '장르융화'라는 기치를 높게 든 셈이다. '전문특화'로 무장한 이들의 조합은 프로젝트 앨범 <피디스> (PDIS) 수록곡 <사랑한다> 에서 꽃을 피웠다.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격려를 그칠 줄 몰랐다. 세대와 장르를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훌쩍 뛰어넘은 '힙뽕 삼남매'이 의기투합하게 된 속내를 들어봤다.

▲세명의 조합이 예사롭지 않다. 첫 시작이 궁금하다.

윤일상(이하 윤)=예전 대 가수를 재조명하면 좋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조PD와 상의를 계속했어요. 두 사람의 의견이 주현미 선배님으로 딱 일치됐어요. 누구나 주 선배님의 목소리에 대한 추억이 있을 거에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죠.

가녀리면서도 묘한 힘을 가졌어요. 섹시하다는 단어로 표현이 다 안될 만큼 말이죠. 주현미 선배님을 염두하고 곡을 완성했는데 혹시 안 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컸어요. 벅찬 존경으로 제안을 드렸죠.

주현미(이하 주)=귀중한 물건을 누가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었어요. 가지고 싶은데 가져도 될까 싶은 그런 물건들이 다들 있잖아요. 사실 욕심이 많이 났어요.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꼭 해보고 싶었어요.

조PD(이하 조)=주변 반대요?

주=중학교 2학년생 딸이 '엄마, 조PD 음악을 알기나 해?'라고 했어요. 엄마가 젊어보이고 싶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까지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모양이에요. 가족까지 만류를 하니 오히려 서운한 기분이 들더군요. 가족들 앞에서 멋지게 해내고 싶었어요. 오기가 발동한 거죠.

조=하하. 그랬군요. 따님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죠.(웃음) 제가 처음 가요를 접하던 시기가 주현미 선배님이 항상 1등을 하고 가요대상도 받으실 때에요. 어린 나이에 들었지만 그 가녀린 음색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참 인상적이었어요. 목소리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쉽지 잃지 못할 목소리죠. 이렇게 대단한 분을 이제 재조명해야겠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생긴 거에요.

▲생소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주=첫 녹음할 때는 암담했어요. 리듬이 입에 영 안 맞아서 녹음 마치고 (윤)일상씨에게 "결과물이 안좋으면 그냥 추억으로 남깁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큰 벽이 앞에 놓인 듯한 기분이었죠.

하도 답답해서 남편(주현미의 남편은 록그룹 리드보컬 출신으로 음반제작자이다)에게 악보를 보여주고 자문을 구하니 작곡가의 의도가 뭔가를 잘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계속 의도를 물어보면서 녹음을 하게 됐죠.

윤=양복과 한복이 만난 거죠. 전혀 다른 두 장르가 섞이는 것에 주안점을 뒀어요. 주 선배님은 자신 색깔이 워낙 강하신 분이에요. 그 색깔 그대로 요즘 힙합이라는 코드와 결합시켜보려고 한 거죠. 처음에는 버거워 하셨지만 어느 순간부터 캐치가 정말 빠르셨어요.

조=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다 보면 색끼리 섞이지만 원색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전통가요를 상징하는 주현미 선배님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고 싶었어요. 선배님에게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이 있는 듯했어요. 사실 트로트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음색을 가지셨거든요.

▲단순히 장르의 융합이 아닌 음악을 도구로 세대의 조화를 꾀한 듯하다.

조=주현미 선배님은 '여자 조용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국민가수죠. 대부분의 세대들이 선배님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잖아요.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 잊어온 게 아닌가 안타까움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로 선배님이 보여주셨던 음악이 재 평가 받고 다시 조명 받으면 좋겠어요.

윤=세대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거에요. 우리끼리는 그런 얘기도 했어요. 이번 설 연휴에 가족이 노래방에서 함께 부르는 곡이 됐으면 하죠. 10대 아들이 랩을 하고 40대 엄마가 노래를 하는 그런 모습 상상이 되세요? 10대는 주현미 선배님의 음색이 참 새로울 거에요. 반대로 40대 이상은 조PD의 랩이 낯설죠. 세대 간에 친숙한 부분과 신기한 부분을 섞어놓았죠.

주=초반에 반대했던 딸이 요즘에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면서 참 놀랐어요. 요즘에는 남편도 조PD의 랩을 따라할 정도에요.(웃음) 노래와 가사가 모든 세대가 따라할 수 있도록 잘 나왔어요. 스스로 20년 노래를 해왔지만 이렇게 새로운 느낌은 처음이에요. 높은 벽 하나를 넘은 듯해서 성취감 같은 것을 느껴요.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다.

조=방송 출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순위 프로그램보다 관객이 있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활동할 것 같아요. 이달 말에 쇼케이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번 사석에서 주현미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영감이 떠올랐는데 그 자리에서 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주=내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이 많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 스타일에서 어떤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죠. 하지만 전통가요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거에요. 참 (윤)일상 씨에게 곡도 부탁드렸어요.

윤=주현미 선배님의 예전 히트 곡을 재해석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게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도 다른 좋은 선배님과 공동 작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주현미가 생각하는 윤일상은?

이번에 (윤)일상 씨와 작업하면서 3년 전 기억이 떠올랐어요.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곡을 쓰기 전에 이 가수가 어떤 음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작곡가는 알고 있어야 좋은 곡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일상 씨가 이번 작업에서 그랬어요. 나를 생각하면서 써서 그런지 나보다 내 목소리를 잘 연구했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좋은 작곡가는 비슷한 점이 있구나 싶었죠. 가수는 곡을 받았을 때 대강의 그림이 그려져요. 어떤 기교를 부릴까 어떤 감정으로 부를까 하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죠. 특히 이번에는 내가 해본 장르가 아니었잖아요. 내 목소리를 잘 알고 연구한 작곡가를 만난 덕분에 내가 모르고 있던 내 목소리를 찾게 됐어요.

▲조PD가 생각하는 주현미는?

=제가 생각하기엔 '여자 조용필'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가요를 처음 접할 때 선배님은 최고 전성기셨어요. 그 자리에 오르실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타고난 음색이 아닐까 해요. 그 뿐만 아니라 곡을 들을 때마다 멜로디와 가사를 어떻게 저렇게 소화를 하실까 싶어요.

가요의 마스터피스죠. <대부> 영화는 10번 100번을 봐도 볼 때마다 감흥이 다르잖아요. 음악도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10번 100번 들을 때 마다 각기 다른 느낌이 전해지죠. 전 선배님이 대가수로 생활하시면서 갖게 된 어떤 근성이나 실력을 배우고 싶어요. 최고의 자리를 지키시며 터득한 자기관리 능력도 배우고 싶어요.

▲윤일상이 생각하는 조PD는?

=조PD와 계속 작업을 이어오면서 나이를 떠나 존경이 묻어나는 친구에요. 내가 매일 천재라고 놀리듯 얘기하지만 정말 순간순간 감탄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이 랩이나 음악을 듣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와의 작업도 상당히 평행선 같은 기찻길 같이 했어요. 너무 가까우면 부딪힐 수 있죠.

그래서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 방향으로 나가려고 했어요. 이 친구도 래퍼이기 전에 프로듀서에요. 하지만 멜로디나 곡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내게 맡기더라고요. 나 역시 랩 부분이나 가사는 전적으로 조PD에게 맡겼어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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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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