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제의를 거부하고 당 잔류를 선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정치적 구상을 그리고 있을까.
박 전 대표는 10일 저녁 불출마 선언을 한 김용갑 의원 위로를 겸해 계보 의원들과 대규모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서 향후 자신의 정치적 구상의 일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그의 로드맵은"정치 발전과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최근 언급에 녹아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말하는 '정치발전'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자신의 치적으로 당 운영 시스템의 민주화를 앞세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탈당까지 감행하며 일궈낸 성과다. 그런 그에게 4월 총선의 공정 공천 시스템 사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향후 공천심사위 구성 등의 진행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이명박 당선인측과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계파 의원을 보호하는 부수입도 거둘 수 있다.
멀리 보면 5년 뒤를 향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정치발전이 단순히 공천에만 국한되는 일도 아니다. 당권 대권 분리 등의 시스템도 박 전 대표가 공 들여 쌓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당ㆍ청간 의 거리를 좁히고 나아가서는 일체화를 지향하는 이 당선인의 구상과 상치된다. 결국 정치발전을 위한 일은 '당에 남아 어렵게 일군 당내 민주화 성과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나라를 위한 일"이란 말은 수사적 표현일 수 있다. 4월 총선 지원을 통해 한나라당의 안정 과반 의석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국가정체성이 걸린 민감한 사안에서 '나라를 위해서' 등의 표현을 써왔다는 점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는 구랍 29일 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흔들렸던 나라 정체성을 바로 잡아달라"는 당부를 한 바 있다. 당에 남아 중도 성향을 띄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견제하고 견인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일각에서 얘기되는 박 전 대표의 7월 당권 재도전설도 박 전 대표가 하겠다는 '두 가지 일'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두 가지 테마를 두고 이 당선인측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어긋난다면 박 전 대표가 아예 팔을 걷어 붙이고 당을 접수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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