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와 잡지의 만남… 두고두고 남겨 보는 문화생활의 추억
책상 위에 스프링으로 묶인 일력(日曆) 한 권이 도착했다. 자세히 보니 일력이 아니라 다이어리와 잡지를 결합한 문화다이어리 ‘다진 1월호’ 다. 다진은 다이어리와 잡지(매거진)의 조어.
지난해 3월 창간호를 낸 다진의 박희영(43ㆍ사진) 편집국장은 “다진은 소비하는 문화보다는 향수하는 문화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잡지”라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날짜에서 연상할 수 있는 문화 아이템들을 엮고있다. 예컨대 이달 16일에는 1948년 같은 날 초연된 조선오페라협회의 ‘라트라비아타, 춘희’를 기념해 한국의 창작오페라에 대한 전망기사를, 17일에는 1957년 이날 국회통과를 통과한 저작권법을 기념해 저작권과 디지털환경의 관계를 다룬 칼럼이 실려있다.
대상독자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이른바 7080세대. 박 편집장은 “다이어리를 꾸미는데 열성인 10,20대처럼, 7080세대도 옛날 영화를 보고 공연에 참가한 뒤 감상도 적고 메모도 할 수 있도록 이 같은 형태의 잡지에 흥미를 갖게 됐다”며 “병원, 은행, 미용실에서 한번 읽고 버려지는 잡지가 아니라 두고두고 활용할 잡지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가 편집회의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다. 예컨대 듀퐁사가 나일론을 개발한 날(1937년 2월16일)을 기념해 다음호에 준비된 아이템은 ‘스타킹은 왜 남자들을 흥분시키는가’ 이다.
대상독자가 아날로그세대인 만큼 이들이 추억을 향수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다. 1월호에 실린 한옥관련 칼럼, 노동과 통일운동을 노래했던 80년대 노래패출신의 혼성중창단 ‘아름다운 청년’ 등이 그렇다.
박 편집국장은 대학(경희대ㆍ84학번)시절 방송국 PD활동을 했으며 ‘아깨비의 과학여행’ 같은 아동용 과학도서 편집, 한국오페라단의 오페라 브로셔 기획 등 편집자와 광고기획자로서의 경험을 두루 쌓은 후 지난해 4월 ‘다진’ 팀에 합류했다.
현재 고정독자는 300명 정도이지만 열성적인 마니아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귀띔한 그는 “실용적인 문화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좋은 추억의 기록으로 회상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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