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과학화훈련 사업인 마일즈(MILESㆍ다중 통합 레이저 훈련체계)의 대대급 장비를 독점 공급한 R사가 위장업체 등과의 거래를 통해 2001~2005년 50억원 이상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만들어 수 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9일 드러났다.
마일즈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R사의 주주 신모(62)씨에 대해 이르면 10일 조세포탈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R사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재미교포 주모(63)씨에 대해서 이번 주 중 인터폴에 지명 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마일즈 납품 비리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지난 주 R사 등 관련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국세청과 방위사업청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와 신씨 등은 미국산 마일즈 부품 수입 원가를 부풀려 국방부에 청구하기 위해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나 위장업체와 복잡한 가공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마일즈 부품은 주씨가 대표인 미국 M사가 미국에서 사들인 뒤 국내 한 재벌그룹의 미국 현지법인과 신씨의 아내가 대표인 Y사를 거쳐 국내로 수입됐다. 주씨는 이 재벌그룹 회장과 인척 관계이다.
이 부품은 이어 주씨 아내 소유의 J연구소를 통해 R사 임직원의 가족이나 전 직원이 설립한 E사, N사, T사, U사 등에서 조립됐다. 완성된 마일즈 장비는 발주처인 J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R사로 전달된 뒤 에이전트를 통해 국방부에 납품됐다.
경찰 관계자는 “R사가 미국에서 부품을 수입, 조립해 국방부로 납품해도 되는 것을 여러 회사를 거치게 했다”며 “이 과정에서 재료비, 인건비 등을 포함한 수입 원가를 부풀리고 세금계산서를 꾸며 국방부로부터 2001~2005년 120여 억원을 받았고 이 중 수 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미국 유학 중인 신씨의 자녀가 Y사에서 수천 만원의 임금을 받은 것도 돈 빼돌리기용 장부 조작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미국 유학 중인 자녀에게 임금을 준 것처럼 꾸민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원가 부풀리기 등 다른 부분에 대한 불법 행위 사실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씨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R사가 챙긴 돈의 사용처와 군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R사 외에도 3,000여 억원 규모의 육군 대대급 군 과학화전투훈련(KCTC) 사업에 참여한 다른 업체의 비리 의혹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며 “KCTC 추진 과정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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