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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반군에 납치 女 정치인 로하스 마침내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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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반군에 납치 女 정치인 로하스 마침내 석방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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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10일 좌익 게릴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난 ‘콜롬비아 비극’ 클라라 로하스(44)가 마중 나온 노모를 부둥켜 안고 건넨 첫 마디다.

로하스는 2002년 당시 잉그리드 베탕쿠르 대통령 후보의 보좌관으로 유세를 돕다가 함께 납치된 지 6년 만에 자유를 찾았다. AP통신은 로하스와 콘수엘로 곤살레스(57) 전 의원이 콜롬비아 정글에서 베네수엘라 당국에 인계된 뒤 비행기 편으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도착, 가족과 감격적인 상봉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 콜롬비아 현대사 비극의 상징

다섯 자녀의 막내로 태어난 로하스의 인생 역정은 40년 넘게 좌우 대립으로 신음하고 있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비극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수도 보고타에서 태어난 로하스는 1991년 재무부에서 근무할 때 만난 베탕쿠르와의 인연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줄 미처 몰랐다. 그녀는 2002년 콜롬비아의 정치 개혁을 위해 ‘푸른산소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베탕쿠르의 보좌관으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마약을 밀매하는 군벌과 정치인의 연계로 부패가 극에 달하고 남부지역에서는 FARC 등 좌익 게릴라들과 정부군의 대립으로 내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베탕쿠르와 로하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군이 철수한 남부 지역으로 유세를 나섰다가 반정부 활동을 펴온 FARC의 인질로 붙잡혔다. 피랍 이후 푸른산소당은 로하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으나 로하스의 어머니는 “내 딸은 정치인이 아니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 게릴라 간부와의 사이에서 출산/b>

석방의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FARC가 지명도가 높은 베탕쿠르만 억류하고 로하스를 석방하겠다고 제의했었다. 그러나 로하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그녀의 끝 모를 억류 생활이 이어졌다.

로하스는 2002년 베탕쿠르과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와 2003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생존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나 로하스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2006년 인질로 잡혀있으면서 게릴라 간부와의 사이에 아이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이를 공개한 콜롬비아 언론인 호르헤 엔리케 보테로는 2006년 4월 로하스와 게릴라 간부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했으나 인질인 로하스가 강간을 당한 결과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2007년 5월에는 8년반 동안 포로로 잡혀 있다 탈출한 경찰관 혼 프랑크 판차오가 세 살이 된 ‘엠마누엘’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게릴라들이 소년에게 정글에서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등 보호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 반쪽은 반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글소년 엠마누엘은 콜롬비아 좌우대립이 잉태한 비극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들을 중심으로 한 석방 촉구운동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FARC가 이 소년을 ‘반쪽은 반군’이라고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콜롬비아 국민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했다. 로하스의 어머니는 “태어난 아이가 포로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하다니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그 사이 FARC측과 정부사이에 인질석방 협상이 진행됐으나 FARC측이 포로 맞교환을 요구하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구랍 31일 협상 무산 후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엠마누엘이 사실은 보고타의 어린이 수용시설에 있다고 밝힘으로써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리베는 FARC가 수중에 없는 아이를 석방하겠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즉각 DNA 조사에 나서 엠마누엘이 로하스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FARC도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 남미 좌파 지도자 차베스의 승리

지지부진한 협상의 물꼬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텄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로하스가 석방된 10일은 “차베스가 승리한 날”이라고 논평했다.

미국에 사사건건 맞서온 차베스가 친미 우파 정부가 들어선 콜롬비아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 6년간 끌어온 난제의 해결사가 된 셈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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