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더 라욱스만 지음ㆍ박원영 옮김 / 말글빛 발행ㆍ224쪽ㆍ1만3,800원인도 가려다 아메리카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슬기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에 한 번의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해 한 번은 맞힐 수 있다. 그래서 미치광이의 말도 성인은 가려서 듣는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평범과 비범을 가르는 선은 어디 있을까? 유태인들을 가스실에 몰아 부친 희대의 악인 아이히만 같은 인물도 단지 상관이 원한다는 이유로 그 모든 악행들을 도맡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기의 위인이나 천재들 역시 범부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역사 속 야담처럼 펼쳐져 나온다.
‘철학의 정원’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사상가 프리드 라욱스만은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에서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엉뚱한 행동들을 좇아 간다.
행인을 붙들고 엉뚱한 철학 논쟁을 벌인 소크라테스, 인도를 가겠다더니 엉뚱하게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 결국 필요 없는 기계와 계산법을 발명하느라 땀을 흘린 라이프니츠, 알려진 것과 달리 반계몽주의적 글을 발표해 돌을 맞은 루소, 탐욕의 황실 사람들을 그리며 슬쩍 자신의 얼굴을 끼워 넣은 고야 등 시대와 삐걱댄 위인들의 기행이 이어진다.
그러나 당대에는 정신 나갔거나 기괴하다고 폄하된 발상들은 결국 오늘날의 문명을 꽃피우는 자양분이 됐다. 책은 ‘다른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부제를 달아, 진정 새로운 것은 다른 이들에게 소용없거나 이상하다고 여기는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한다. 눈부신 과학적 성과나 정치ㆍ사회적인 변화의 계기는 ‘발상의 전환’에 있다며 정신의 모험을 강조한다.
특히 진정한 예술은 모두 목표도 없고 쓸데 없어 보이는 노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의를 요청한다. 책은 그것들이 당장 현실적 이득으로 이어지지 못 할지라도, 정신을 일깨워 판단력을 높이며 발견의 기쁨과 만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