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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케이블TV·DMB·PMP·IPTV "내게 꼭 맞는 TV궁합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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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케이블TV·DMB·PMP·IPTV "내게 꼭 맞는 TV궁합 뭘까"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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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선수의 이 유명한 말, 다들 기억하시죠? 그는 1977년 카라스키야와의 프로복싱 WBA 주니어페더급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4번이나 다운을 당하고도 3회 역전 KO승을 거두면서 ‘4전 5기’의 신화를 창조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박치기왕’ 김일 선수는 어땠습니까? 일본 프로레슬러들에게 온갖 비열한 반칙을 당해 유혈이 낭자했지만 박치기 한 방으로 그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에 우리들은 열광했습니다.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 <여로> 를 보면서 우리가 흘린 눈물은 강을 이룰 정도였습니다.

모두 TV를 통해서였습니다. TV가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우리는 이런 감동의 순간들을 이웃집 안방이나 다방, 심지어 길거리 전파사 유리창 너머에 있던 TV로 삼삼오오 모여 지켜 봤습니다.

TV가 드물던 시절 TV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만화가게에서는 마치 극장처럼 돈을 내야 TV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간혹 “아저씨! 머리 좀 치워요” “무슨 머리가 그렇게 커!”하는 말도 흘러나와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TV는 또 가족을 결집시키는 중책을 맡기도 했습니다. 힘든 하루일을 마치고 퇴근한 아버지, 종일 공부하느라 진을 빼고 귀가한 아이들, 그들을 기다리던 어머니까지 모두 TV 앞에 모여앉아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요일별 드라마가 생겨났고, <맥가이버> 같은 외화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를 TV 앞으로 잡아끌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들대로 <메칸더v> <태양소년 에스테반> 에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이렇게 우리는 함께 TV를 봤습니다.

그런데 TV 시청 형태가 이제는 ‘혼자 보기’로 바뀌었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2007 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100명 중 35명이 TV를 혼자 본다고 하네요. 그 자세한 원인에 대해서는 곧 이어 다루겠지만, 학자들은 유식한 말로 개인의 관심이 ‘초세분화(hyper segmentation)’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TV의 개인 시청 시대가 도래한 것은 현실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급속히 보급된 PVR(Personal Video Recorder),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등이 이런 현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2007년은 TV 시청 방법을 급격히 변화시킨 원년인 셈이죠. ‘안방극장’이 ‘손안의 TV’나 ‘내맘대로 TV’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세태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나에게 맞는 TV 보기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왕이면 TV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의 기본 원칙에 맞게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주 ‘엔터’에서는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알맞은 TV 시청 방법을 찾아 마음대로 TV를 가지고 즐길 수 있도록,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시청 방법을 컨설팅해 드리려고 합니다.

■ 10대 학생

중학교 3학년생인 나공부(15세) 양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의 시청 지도를 받았지만 이제는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가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그러나 교육열이 강한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학원과 과외 때문에 거의 TV 시청을 하지 못한다. PMP를 가지고 다니면서 보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그나마 부모님을 졸라 DMB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장만해 통학시간과 학원 이동시간에나마 TV를 볼 수 있게 됐다. 가끔 늦은 시간에는 컴퓨터로 다운받아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나 가요 프로그램을 VOD로 다시 감상한다. 요금: 지상파 DMB 무료, 다시보기(MBC,SBS) 편당 500원.

■ 20대초반 대학생

대학 3학년생인 이유학(24) 씨는 유학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아이튠즈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아이튠즈 U’ 서비스를 선택해 미국 16개 명문대학 강의를 PMP로 본다. 팟캐스트라는 서비스에 가입하면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다운로드받는 번거로움 없이 PC와 연결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채울 수 있다. 영어공부는 물론 MIT 예일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만족한다. 요금: 공짜.

■ 20~30대 초 미혼 직장인

신입사원 이활기(29세) 씨는 얼마 전에 PMP를 장만했다. 이일 저일 배우기 바쁜데다 저녁에는 상사들의 ‘교육 술자리’가 잦은터라 TV를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나마 예전부터 어학 공부에 이용했던 PMP로 출근시간에 뉴스를 본다. 혼자 사는 집에서는 주말에만 케이블TV를 시청하기 때문에 기본 사양으로만 해 놓았다. 최근 주말에 재방송을 봤던 드라마에 빠져 다운로드받아 보려고 하지만 방송사 다운로드 이용료가 만만찮아 고민중이다. 요금: 케이블TV 기본료 4,000원.

■ 30대 중후반 미혼 프리랜서

프리랜서 드라마 작가 오자유(33세) 씨는 거의 매일 모든 장르의 드라마를 섭렵한다. 가능한 모두 실시간으로 보려고 하지만 놓친 드라마는 다운로드받아서 본다. 다른 뭅?프로그램이나 예전 방영된 드라마까지 참고하기 위해 집에서는 고화질 HD 케이블TV를 시청한다. 자신의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그녀라 최근에는 IPTV를 설치할까 고민중이다. 요금: 다운로드 정액제 월 1만5,000원(SBS) + 다운로드 드라마 4편 6,000원(MBC) + 디지털 케이블TV 1만8,000원= 월 3만9,000원

■ 30대 후반~40대 초반 기혼 직장인

애널리스트 이 석(41세) 씨는 매일 새벽 출근하면서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DMB로 TV를 시청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가 조만간 위성TV를 신청하겠다고 한다. PVR 기능이 있어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아이를 위해 교육방송을 녹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씨는 내심 이참에 바둑 대국을 녹화해놓고 보면 되겠다는 생각에 환호하면서 선뜻 그렇게 하라고 한다. 요금: 스카이라이프 골드 월 2만3,100원 (약정 3년).

■ 40대 중후반 이상 은퇴 전

직장 경력 33년 차인 우근면(51세) 씨는 지하철에서 PMP로 무언가를 보는 젊은 사람들이 이해가 잘 안 된다. 저 작은 걸로 보는데 잘 보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고교생인 막내가 사 달라고 해서 고민해 봤는데 시력만 나빠질 것 같아 반대했다. 컴퓨터에도 익숙하지 않아 큰 아이가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찾아보라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주말에 사극 보고, 뉴스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IPTV로 바꾸면 아무때나 보고 싶은 것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번 달에 바꿨다. 요금: IPTV 월 9,000원(2년 약정).

■ 은퇴한 노년층

은퇴한 박한가(63세) 씨는 TV가 낙이다. 그런데 VOD가 뭔지, IPTV가 뭔지 복잡해서 그냥 있는 것만 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케이블TV를 달아주겠다고 하지만, 뉴스하고 드라마만 보면 되는데 굳이 채널이 많을 필요가 있느냐며 사양했다. 그래도 아파트 공용 케이블로 시청하니 채널이 70개 정도나 나와 심심하지 않다. 요금: 케이블TV 기본료 4,000원.

이렇듯 이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TV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각자 경제적, 시간적 여유에 맞춰 골라 보는 재미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기호와 취향에 따른 TV 시청은 휴식은 물론 자기계발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본방 사수

방송사가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간 맞춰 보는 타입. 지상파에서는 위력을 떨치나 대체 시청 방법이 동원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 케이블 TV

지역 케이블방송에 가입해 여러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상파 TV처럼 편성표대로만 봐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여러 차례의 재방송과 몰아보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인터넷 VOD(Video On Demand) 서비스

각 방송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하는 주문형 비디오. 아직 화질이 떨어지고, 접속자가 몰리면 방송이 끊기는 등의 문제가 있다. 시청시간에 장애가 없고 합법적인 시청 서비스라는 점이 장점.

▲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혹은 DMB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이나 PMP를 통해 이동하며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무료)와 위성(유료) 두 종류가 있다.

▲ PVR(Personal Video Recorder)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 비디오녹화 대체재로 하드디스크 레코더라고도 불린다. TV 본체나 셋톱박스에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클릭 한 번으로 방송을 예약녹화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용량 250GB 정도에 가격 20~30만원대.

▲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 음악 재생 기능 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는 휴대 장치로 DMB가 내장되면 TV 시청도 가능하다.

▲ IPTV(Intenet Protocol TV)

하나TV, 메가TV 등 가장 최근에 등장한 TV 서비스. 인터넷과 TV를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공중파 방송 및 인기 미드, 스포츠 등을 편한 시간에 선택해 볼 수 있다. 쌍방향 시청이 가능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 가족 따로… 세대 따로… 지금은 '나홀로 TV 시대'

헤어진 애인의 미니홈피와 TV의 공통점은?

바로 남들과 격리된 공간에서 혼자서 본다는 것이다. TV를 보는 시간에 더 이상 ‘오붓한’ 분위기는 없다. 2008년, TV를 보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이렇다. ①퇴근 후, 간단한 샤워로 피로를 푼다. ②핸드드립 커피나 캔맥주를 들고 방문을 닫는다. ③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면서, 가볍게 리모컨을 든다. ④스위치 온. 혼자만의 TV를 통해,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 핵(核)마저 쪼개지는 핵가족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왜, TV가 ‘인간은 단독자로서 실존한다’는 키르케고르의 테제를 실천하는 도구가 됐을까. 일차적인 원인은 식구들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한 생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무한경쟁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에서 저녁시간 온 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TV를 보는 장면은 곧 ‘낙오’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늘 야근인 아버지는 TV와 거리가 먼 사람이고, 고교생인 아들은 학원 오가는 길에 PMP에 저장해 둔 프로그램을 손에 들고 시청한다.

연애에 열중하는 누나는 자정 전에 집에 들어오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홀로 집을 지키는 어머니만이, 일일 연속극을 보며 눈물을 찍는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프라임타임을 즐기는 여느 나라와는 사뭇 다른, 한국 안방극장의 프라임타임 풍경이다.

■ X세대≠N세대≠P세대, “우린 서로 달라”

‘혼자 보는 TV’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세분화된 대중문화 취향에서 찾을 수 있다.

20대와 30대, 40대의 시청성향이 판이하게 다르고, 한두 살 차이만 나도 보는 프로그램이 확연히 갈린다. 방송 채널들도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프로그램보다는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을 쏟아낸다. 더 이상 가족과 함께 TV를 볼 수 있는 여유도, 함께 볼 만한 TV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시청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 사이의 괴리로도 확인된다. 현재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프로그램은 KBS1 TV의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 . 약 40%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오히려 <커피프린스> 나 <태왕사신기> 같은 시청률 20%의 드라마들이다. 보는 사람은 열광하지만, 아닌 사람은 관심도 없는, ‘혼자 보는 TV’에 걸맞는 콘텐츠들이다.

전체 방송을 통틀어 최고의 파워 콘텐츠로 평가받는 MBC의 <무한도전> 도 시청률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과 인터넷VOD 등 2차 윈도우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다. TV나 컴퓨터를 켜면 <무한도전> 처럼 입맛에 꼭 맞는 프로그램을 언제나 접할 수 있게 된 환경도, 우리를 TV 앞에 홀로 앉게 만드는 새로운 환경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 "어젯밤 '태사기' 안봤는데"… TV 최고시청률 '반토막'

1995년 초. 저녁 10시만 되면 길거리는 오가는 차도 사람도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사람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송되는 드라마 <모래시계> 를 보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모래시계> 는 그야말로 ‘귀가 시계’였다. 국민 절반이 봤을 정도로 시청률이 높았던 이 프로그램 주인공 최민수의 “나 떨고 있니” “넌 내 여자니까” 하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개그 코너에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2008년 TV프로그램의 평균시청률은 아무리 높아도 30%를 넘지 못한다. 방송 시간에 맞춰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방송된 드라마는 단 한 작품도 시청률 순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관심을 집중시켰던 <태왕사신기> 의 평균시청률도 28.8%에 불과했다. <사랑이 뭐길래> (1992년)가 기록한 시청률(59.4%)의 절반밖에 안 된다. 도대체 시청률은 왜 이렇게까지 떨어지고 있을까.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시청률이 급감한 것은 다매체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을 집 안 거실에 있는 TV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얘기다. 인터넷 다시보기, 스카이 PVR, 메가TV 등 새로운 매체는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방송을 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PMP, DMB 등 개인 미디어 플레이어는 시간은 물론 공간적 제약까지 뛰어넘게 했다.

예를 들면 2005년 3월 방송을 시작한 문정혁 주연의 <신입사원> 은 2주 만에 인터넷 다시보기 15만 건을 기록했다. 한자릿수 시청률에 그쳤던 <얼렁뚱땅 흥신소> <인순이는 예쁘다> 등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젊은층의 큰 관심을 모았다.

윤호진 연구원은 “인기 드라마 방송시간에는 상수도 사용량도 거의 없을 정도로 전 국민이 TV프로그램에 열광했던 모습은 볼거리, 놀거리가 없던 과거의 추억일 뿐”이라며 “새로운 매체의 등장, 경쟁 드라마 동일시간대 방영 현상 등으로 평균시청률은 앞으로 10% 정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 말 케이블TV 보급률 50%를 넘어선 미국은 지상파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험을 우리보다 먼저 겪었다. <그레이 아나토미> <24> 등 미국 인기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10% 안팎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잿빛·장밋빛? TV의 앞날 "아리송해"

밥 먹고 이를 닦듯 일상이 되어버린 TV 시청이라는 유희. 1인용 오락기로 그 기능을 더욱 굳혀가고 있는 TV의 존재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TV는 더욱 번창할 것인가, 아니면 소멸의 길을 걷게 될까.

구글의 빈트 서프 부회장은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 TV 페스티벌에서 다름아닌 ‘TV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는 30년 전 인터넷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정보기술업계의 아버지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그 발언의 파장은 컸다. 그는 “TV 산업의 미래를 보려면 MP3 플레이어가 나오면서 음악 산업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다보스 포럼에 연자로 나선 빌 게이츠 또한 “5년 후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날 TV를 봤다는 사실에 대해 웃을 것”이라고 말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TV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았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미디어 전문가인 장 루이 미시카는 최근 출간한 저서 <텔레비전의 종말> 에서 “영상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지만 정작 미디어는 부재(不在)하는 세계로 우리는 진입하고 있다, 갈수록 영상은 늘어나지만 텔레비전은 줄어드는 그러한 세계 말이다”라며 “이대로라면 우리는 TV가 없는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현대사회를 집중 조명하는 도구로서의 TV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들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TV의 종언’은 하드웨어, 즉 TV 수상기를 비롯해 TV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사회구조의 마감을 말하는 것이다. 영산 콘텐츠의 종언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디어의 생산자와 소비자 구획 짓기가 인쇄매체의 경우처럼 영상매체에서도 모호해지면서 더 이상 단일화된 토론의 장을 던져주던 TV 수상기를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TV의 미래가 그다지 불운하게 비치는 것만은 아니다. TV가 1인 미디어로 돌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대형 TV의 판매량은 매년 50% 가량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도 TV 시청시간은 과거보다 늘어나는 양상도 나타난다. 포천 지는 TV의 이러한 롱런 이유를 코카콜라 한 병의 양을 1ℓ에서 2ℓ로 늘리면 그만큼 소비량이 많아지는 ‘2ℓ 코카콜라 이론’에 빗대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TV의 미래, 아직은 모를 일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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