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던 ‘왕게’(King crab)가 40여년 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13일 경북 울진군에 따르면 최근 울진 앞 23㎞ 해상 ‘왕돌초’ 부근에서 하루 10여 마리 정도의 왕게가 잡히고 있다. 왕돌초는 연중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어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울진과 영덕 지역 그물ㆍ통발 어선이 몰려드는 황금어장이다.
왕게는 이 달 7일 왕돌초 인근에서 7마리가 잡혔고, 9일 15마리가 잡히는 등 어획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잡힌 왕게는 등지름 12∼15㎝ 크기로 러시아산 킹 크랩과 비슷한 수준이며, 마리당 2만∼4만원선에 위판 되고 있다.
십각목(十脚目) 왕게과로 분류되는 갑각류인 왕게는 동해와 일본해, 북극해, 베링해, 오츠크해 등에 서식하는데,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흔하게 잡혔다. 그러나 유실 어망이 늘어나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무분별하게 남획 하는 바람에 60년대 들어 동해안에서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울진 앞바다에서 50여 마리가 잡힌 적이 있지만 이처럼 본격적으로 잡히기는 40여년만에 처음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왕돌초 주변에서 유실된 어망이 게의 생육 장소인 수심 80∼220m에 집중 분포해 왕게의 서식을 방해했다”며 “그 동안 침체어망 인양 사업과 어구 실명제 실시, 생분해성 어구 설치 등으로 울진 앞바다의 서식환경이 왕게가 살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정도의 어획량으로 왕게가 돌아왔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며, 어획량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진군은 왕돌초의 어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왕게를 울진 대게와 함께 주요 수산자원으로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울진=이정훈 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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