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철저한 '상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당시부터 제시한 공약으로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지난 10년 간의 대북 '햇볕정책'이 실패하였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 '햇볕정책 실패' 공감자 많지만
그간 정부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명분 아래 '퍼주기 식' 경제협력 및 지원을 지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북한의 핵 폐기를 달성하지 못하였고 북한인권 상황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당선인 측이 주장하는 대북정책 실패의 증거이다. 이러한 주장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과연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하였는가?
지난 10년, 특히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은 정책 자체보다는 대국민 홍보에서 실패하였다는 편이 적절하다. 사실 남북경협은 좌파라고 일컬어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여러 정책 중 가장 우파적인 정책 수단이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의 전제 조건인 북한의 문호 개방을 경제협력 및 지원, 한 마디로 돈으로 해결한 것이다. 가장 자본주의적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의 대북 경제 협력이 언론을 통해 '굶고 있는 제 식구 생각은 안 하고 못된 이웃만 챙기는' 철없는 '퍼주기' 정도로 전달된 것이다. 이에 이 당선인 측은 선거 당시부터 북한이 핵 폐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단행할 경우에만 경제협력을 이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당선인 측 대북정책의 첫 번째 문제점은 경제협력과 경제지원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협력은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따른 투자 행위이다.
반면, 경제지원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다. 경제협력을 수혜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정치ㆍ군사적 관점에서 협상하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거시적 정책 과정에서 혼선만 초래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이 효과 없는 '퍼주기'였다는 인식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지원을 위하여 정부가 투여한 자금은 5조에서 10조원에 이른다는 추정이다.
최대 10조원으로 계산해도 우리나라 작년 수출액의 30분의 1 정도의 금액이며, 매년 1조원으로 환산하면 한 해 수출액의 30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치이다. 이는 올해 국가예산의 250분의 1도 안 되는 액수이다.
이 정도 경제 협력 및 지원을 통하여 정부는 북측의 동서 축선인 금강산 및 개성을 열게 하였고 개성공단의 연간 투자 규모를 2조원 이상 으로 증대시켰다.
더욱이 반세기 동안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북측의 일부 지역에서 남측의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원화의 한반도 기축통화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당사자라는 감성적 코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물리적 공간을 마주하고 있는 정치체제에 대하여 그 정도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 투자 없이 이루어지는 건 없어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차관공여나 ODA(정부개발원조) 같은 지원사업도 결국 주는 쪽이 이득을 얻는 구조이다. 노태우 정권 당시 추진했던 율곡사업이 40조원을 투자하여 별 소득 없이 각종 비리로만 얼룩진 것을 생각하면 북측에 대한 경제협력과 지원은 그야말로 '남는 장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는 뿌리가 깊다. 경제협력의 중단을 매개로 북한 핵을 일시에 폐기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은 국제관계의 기초도 모르는 소치이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서 전향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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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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