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A씨는 아침에 일어나 '근영이 팩트'와 '효리 땡큐 에센스'로 화장을 하고 '엄정화 란제리'와 '김아중 청바지'을 입은 뒤 '송혜교 백'을 매는 것으로 포인트를 준다.
다음 편의점에 가서 '소녀시대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친구에게 '전지현 폰'으로 연락해 "점심 때 'SS501 피자'를 함께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는다.
오후에는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서 '이수경 니트'를 구입하고, 저녁에는 안주로 '김구라의 세상씹기'를 사서 맥주와 함께 마시며 하루를 마감한다. 바야흐로 연예인 이름을 달거나 연예인이 직접 개발한'연예인 브랜드'상품 전성시대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700원짜리 삼각김밥에서 25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가방까지 인기 연예인 이름을 사용한 연예인 브랜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TV 홈쇼핑에서 시작한 연예인 브랜드는 최근 '차별화'에 목마른 백화점, 편의점, 기타 제조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연예인 패션브랜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탤런트 이혜영씨의 '미싱 도로시'는 CJ홈쇼핑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론칭한 이승연의 '어바웃 엘' 역시 1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 두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포함해 CJ홈쇼핑에서 판매중인 50여 개 여성 의류브랜드 중 최상위권(3, 4위)을 달리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실패한 자체 패션브랜드(PB) '에프지앙'을 '탤런트 성현아의 레자인'으로 리뉴얼해 성공을 거뒀다. 성현아 레자인의 1시간 방송 평균 매출은 약 2억5,000만원으로 기존 브랜드였던 에프지앙에 비해 15%나 매출이 늘었다. 그밖에 GS홈쇼핑에서는 현재 '엄정화 란제리'와 '김수미 김치'가 부문별 방송 한 회당 주문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예인 브랜드의 위력은 고급 브랜드 중심의 백화점에서도 통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단독으로 '송혜교 포 셀린'(일명 송혜교 백)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 에서 신세대 며느리로 인기를 누리는 탤런트 이수경씨의 캐주얼 브랜드 '이수경 by 스테파넬'을 판매했다. 며느리>
한국에는 25개만 배정된 송혜교 백은 25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 출시 보름 만에 매진됐다. '이수경 by 스테파넬'은 제품 당 10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임에도 열흘 만에 1,80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7월 게스와 함께 'A스타 진'(일명 김아중 청바지)을 출시했는데 지난 달까지 40억원 가까이 팔려 게스 매출이 이전보다 70% 가량 늘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의 안주류 '김구라의 세상씹기'가 12~1월 40일 동안 5만4,000개가 팔려 판매 베스트 3위를 차지했다. 훼미리마트의 '소녀시대 삼각김밥'은 11월 출시 후 4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며 전체 삼각김밥 매출을 전월대비 31% 올려 놓았다.
그밖에 '효리 땡큐 에센스'(LG생활건강), '근영이 팩트', '조인성 수분 에센스'(아모레퍼시픽) 'SS501 피자'(피자헛) 등 제조업계에서도 연예인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제품이나 서비스 면에서 평준화되자 차별화를 위해 연예인 브랜드를 단독상품으로 내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객에게 새로운 '펀'(Fun) 가치를 제공하는 건 좋지만 알맹이 없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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