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식 일변도의 투자는 위험합니다. 작년처럼 중국 같은 특정 국가에 몰빵하는 것도 위험하고요.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실물상품 등에 분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48) 사장에게 무자(戊子)년은 특별한 해다. 스스로 쥐띠여서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지만 내년 시행을 앞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사활을 걸고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 않은 주가가 걱정이다. 유 사장은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식으로 돈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악영향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도이체방크 아시아 회장을 만났는데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을 지금까지 발표된 건 700억 달러보다 훨씬 큰 3,000억 달러로 추정하더라"며 "작년에는 웬만한 주식이나 펀드를 들고만 있어도 수익이 괜찮았지만 올해는 분산으로 위험을 낮추고 시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투자자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자통법 시행을 "한국 증권업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하지만 사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꼽히는 유 사장은 내부적으로 국내 조직을 재정비하는 한편, 밖으로 해외영업 네트워크 구축에 승부를 걸고 있다.
그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를 위시한 베트남 허브, 중국 홍콩을 아우르는 중국 허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주축으로 한 동남아 허브,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을 포함한 러시아 허브를 4대 금융허브로 구축하고 현재 지역마다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 한국의 금융영토를 확장 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 정부에 대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조업은 전세계로 문호가 열려 있지만 전통적인 내수 산업인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폐쇄적이다"며 "이제 시각도 제도도 문을 열어 해외 인력과 제도를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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