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은 당의 축제가 돼야 하지만 공화당은 그렇지 않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 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지켜본 공화당 지도부의 마음은 오히려 ‘패닉’에 가깝다.
초반 경선에서 1위를 나눠가진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모두 공화당 유권자의 표심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눈길이 가지 않기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다른 후보군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후보가 당 지도부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본선에 나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가 이번 경선을 뜨악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당의 전통가치에 맞지 않는 결격사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허커비는 목사라는 이유로 아이오와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포퓰리즘적 경제관이 의심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본선에 나갔을 때 민주당 후보에 승리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갖췄느냐가 당 지도부가 가장 의문을 품는 대목이다.
중진인 매케인 의원도 ‘독불장군’이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당내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뉴햄프셔에서 낙승을 거뒀다. 그러나 뉴햄프셔는 무당파의 표심이 가장 거센 곳 중 하나다.
매케인이 당내 주류가 아닌 외곽에서 ‘공화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인물임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낙태 동성애 등 공화당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롬니 전 지사는 두 번의 경선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해 선거 사무실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그래서 공화당 지도부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곳이 줄리아니 전 시장이다. 낙태 옹호, 두번의 이혼 등 사생활 시비 때문에 전국 지지도 1위를 달리면서도 지도부의 마음을 사지 못한 줄리아니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줄리아니는 아이오와에서 6위, 뉴햄프셔에서 4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본인은 플로리다 뉴욕 등 큰 주에서의 승부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 역사상 초반에 죽을 쑤고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없다.
줄리아니에게 희소식이라면 한 후보가 두 번의 경선을 독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줄리아니의 한판 승부 전략에 강력한 후보가 나타난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공화당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사생결단하고 있는 4명의 후보들은 지도부의 추인도 받아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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