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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잡식 동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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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잡식 동물의 딜레마'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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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지음ㆍ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ㆍ560쪽ㆍ2만5,000원

노루를 가리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 했던 어느 시인의 어법을 빈다면, 21세기의 인간은 잡스런 먹이를 끝없이 탐해 슬픈 짐승이다. 인간의 끝 모르는 식탐 때문에,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이한 먹이 사슬이 거대한 톱니바퀴를 굴리고 있다.

책은 인간이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잡식 동물에 대한 고발장이다. 오늘날 그들은 무한 잡식성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경쟁적 식품산업 덕에 음식은 넘쳐 난다. 책은 폭발 직전으로 팽창한 식품산업으로 귀결되기까지, 인간이 걸어 온 음식 소비 관행을 반성하는 한편, 완벽한 식사에 대해 탐색한다.

책은 먼저 이 시대 식품 산업을 겨눈다. 무엇을 먹어야 하나에 대한 불안을 심화시킨 뒤 신상품으로 불안을 달램으로써 큰 이득을 취하는 식품산업에 대한 고발장으로 길을 떠난다.

오늘날 더욱 교활해진 식품산업은 ‘저지방’, ‘트랜스 지방 제로’, ‘방목으로 키움’ 등의 달콤한 문구로 반자연적 본질을 위장한다는 것이다. 먹을거리의 출처, 유통 과정, 공정 등에 대한 정보를 은폐시키기에 급급한 현대 식품산업의 정곡을 찌른다.

책은 현대의 식품산업에 대한 고발로 그치지 않는다. 잡식 동물인 인간은 너무도 오랫동안 또 하나의 가능성, 즉 초식성을 도외시했다며 실제 채식의 현장을 요일별로 기술한다. 이 같은 서술법 덕에 책은 마치 생생한 기사를 보는 듯한 현장성을 확보한다. 자연을 거대한 레스토랑으로 복원하겠다는 의도다.

반육식자로서 저자의 면모는 친구가 사냥한 멧돼지를 고기로 만드는 과정을 “구역질 나도록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하나의 절정에 달한다. 사냥과 채집이라는 모험에 뛰어듦으로서 자신이 결국 ‘신석기 타입의 인간’임을 절감한 저자의 다음 선택은 버섯 채취와 섭취다.

산업적 음식 사슬의 부작용을 절감하고 전원적 음식 사슬을 택한 저자의 다음 선택은 후기 구석기적 음식 사슬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사냥하고 채집하고 재배한, 거칠고 우스꽝스러운 음식들을 직접 조리해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2006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이 그 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던 책이다.

저자를 두고 프랑스의 유기농 레스토랑 ‘셰 파니스’의 수석 주방장은 “정신분열적 음식 문화를 탐구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라 일컫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 저널리즘 대학원의 교수인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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