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당선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했다. 이는 국가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일부 보수진영의 비판을 감안, 경제 못지않게 안보를 중시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국방부 방문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청사 도착 직후 방명록에 “국민은 여러분을 신뢰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적었고, 김장수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를 만나서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만큼 국방과 안보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방이 튼튼해야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남북관계도 튼튼한 안보가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안보의식을 강하게 하면 남북관계가 경색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남북화해, 통일로 적극 가겠지만 튼튼한 국방과 강한 안보의식은 국가의 기초”라고 말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남북화해와 평화는 튼튼한 안보와 병행 추진돼야 하고 그래야 외국인 투자도 가능하다는 게 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은 이번 방문의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원래 취임 후에 오려고 했는데 15일에 한미연합사를 가니까 그 전에 여기를 먼저 오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며 사전에 청와대의 양해를 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당선인이) 연합사에 가기 전에 국방부에 오는 게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국방장관 유임설이 돌고 있는 김 장관에 대해 이 당선인은 공개적으로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장관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꼿꼿한 자세로 악수를 나눈 일을 염두에 둔 듯 “지난번 북한 다녀오면서 고생이 많았다. 키가 너무 커서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 했고, 김 장관은 “다른 사람이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당선인의 이날 방문에는 임태희 비서실장과 주 대변인, 홍두승 인수위원 등이 동행했고, 국방부에서는 김 장관과 함께 군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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