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지음ㆍ박지영 그림 / 청년사 발행ㆍ224쪽ㆍ8,500원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공부를 잘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공부를 잘하면‘독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지독한 외모지상주의 시대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보다는 외모가 더 큰 관심사인 10대 소녀들에게 이런 세상과의 만남은 힘겨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수진이는 누워있는 자세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라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냉장고 문부터 여는 열 한 살 여학생이다.
조금 통통하지만“넉넉하고 딱 보기 좋다”는 아빠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천하태평이지만, 우연히 같은 반 남학생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뚱뚱한 애들은 땀도 많이 흘린다”“뚱뚱하면 코도 더 곤다” “뚱뚱한 주제에 자기가 예쁜줄 안다”… 수진이는 자신을 “물에 빠진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진이의 고민은 비만아동이 늘어난 요즘 학부모들이 맞닥뜨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냉장고 문을 열지말고, 숨이 찰 때까지 운동장을 뛰어!”라는 식으로 윽박지른다면 상처만 덧날 터이다.
지은이가 귀띔하는 문제 해결방법은 ‘타인에 대한 관심 갖기’와‘칭찬’. 뚱뚱한 몸매 때문에 자괴감에 빠진 수진이는 우연히 심장병을 앓는 동네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급우들을 모아 벼룩시장을 열면서 자연스레 이를 극복해간다.
자신보다 약한 이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상대화해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벼룩시장 참가를 꺼리던 보람이가 날씬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교장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자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며 화를 내지만 곧 털어낼 만큼 마음의 건강함을 찾게 된 데는 ‘칭찬의 힘’이 컸다.
평소 밥을 많이 먹는다고 스트레스를 팍팍 주던 엄마가 “수진이가 좋은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 예뻐.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뻐”라고 격려해줬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사춘기가 찾아오는 요즘 아이들은 수진이처럼 살이 쪘다는 이유로,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다.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아이와 부모에게 모두 유용한 충고를 주는 동화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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