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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양이 눈' 왕따…홀로서기…오늘의 나를 만든 유년시절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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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양이 눈' 왕따…홀로서기…오늘의 나를 만든 유년시절로의 여행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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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지음ㆍ차은정 옮김 / 민음사 발행(전2권)ㆍ308, 356쪽ㆍ각권 9,500원

자신의 회고전이 열리는 고향 토론토로 오랜만에 돌아온 중년 화가 일레인-소설 <고양이 눈> 의 ‘나’-에게 귀향은 뇌리 밑바닥에 온존하고 있는 성장기의 기억을 들추는 계기가 된다.

유영하듯 흐르는 현재형의 짧은 문장들이 일레인의 과거를 연대기적으로 좇아가며 소설은 그녀의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의 기원을 꼼꼼하게 탐색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 북부를 떠돌다가 토론토에 정착한 여덟 살 일레인은 곧 학교 친구들의 잔혹한 따돌림에 직면한다.

일레인의 일거수일투족에 퉁바리를 놓는 이들의 가학 행위는 ‘떠돌이’ 출신 가족에 대한 기독교-남성 보수사회의 질시와 맞닿아 있다. 제 발의 살갗을 벗기거나 기절해 버리는 자학 행위로 자신을 방어하던 일레인은 어느 겨울날 친구들의 흉계로 우범지대인 협곡에 홀로 남겨진다. 거기서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는 환청을 듣는다.

일레인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친구 어머니에게 끌려간 교회에서 ‘독생자 예수’ 대신 자신의 기도를 바쳤던 ‘동정녀 마리아’라고 느낀다. 예수로 대변되는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무리에 자신이 속해 있음을 자각한 순간, 일레인은 핍박자들을 단호히 거부할 힘을 얻는다.

소설의 남은 절반엔 일레인의 홀로서기 삶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녀는 미대에 진학해 페미니즘 화가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두 번의 결혼에서 각각 얻은 두 딸을 길러낸다. 불의의 사고로 오빠를 잃는 슬픔을 겪는다. 자기를 앞장서 괴롭혔던-정작 집에선 엄한 가부장에 억눌린 딸이었던- 친구 코딜리어의 몰락도 지켜본다.

심상한 듯한 그녀의 삶에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비죽비죽 고개를 내민다. 회고전을 취재온 여기자를 경계하는 그녀의 태도엔 피해의식이 강하게 묻어난다.

회고전에 걸 그림을 점검하며 “그들(그림)이 지닌 에너지는 모두 내게서 빠져나간 것이다. 나는 그저 잔존물에 불과하다”며 회한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회 개막식날 그녀가 애타게 와주길 바라는 이는 코딜리어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 애써 감춰왔던 옛 얘기를 꺼내고 싶다. 코딜리어와 자신의 기억을 맞춰보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옛 우화에 나오는 열쇠를 반씩 받은 쌍둥이와 유사하다”고 느끼며 그녀가 내민 화해의 손길을 잡아줄 친구는 끝내 오지 않는다.

이 애틋한 성장소설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인 40, 50년대 토론토의 상황을 생생하게 복원한 풍속소설이기도 하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69)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의 유년 시절에서 사라진 것들에게 문학적 고향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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