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리를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이어가지 못했다.
오바마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으나 실제 투표 결과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리가 ‘뜻밖의 행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오바마 의원측은 아이오와에서의 승리감에 젖어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들의 한계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변화’의 메시지가 아직은 확실한 기반을 잡지 못했고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오바마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 때에는 여성들의 지지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눌러 변화의 메시지가 성별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뉴햄프셔에서 그러한 기대는 힐러리 의원의 ‘눈물’에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힐러리 의원은 뉴햄프셔에서 여성들의 감성에 호소, 여성 지지를 역전시킴으로써 승리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오바마 의원은 워싱턴의 ‘구태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으나 ‘힘 없는’서민이나 노동자 계층에는 이러한 외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도 그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오바마 의원은 뉴햄프셔에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작은 시골 마을들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크게 뒤진 것이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일례로 오바마 의원은 뉴햄프셔의 베를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득표율 22%로 힐러리 의원에 대한 압도적 지지(49%)에 밀렸을 뿐 아니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게도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또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 실시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만 달러 이하인 서민 계층에서도 오바마 의원(32%)은 힐러리 의원(47%)에게 크게 뒤졌다.
오바마 의원은 오히려 연간 소득 20만 달러 이상의 유권자들로부터는 가장 높은 지지를 얻어 ‘부자들의 후보’라는 얘기를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게 됐다. 오바마 의원은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핵심 기반으로 삼고 있으나 젊은 층에 몰아치는 바람이 그렇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했다.
뉴햄프셔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 때에 비해 젊은 층의 투표율이 노년층의 투표율을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지는 ‘변덕이 심한’ 현상을 보였다. 변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정치적 운동’이 실제 선거에서 승리로 이어지기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한계에 맞서기 위해 오바마 의원은 9일 뉴저지주 유세에서 ‘변화에 대한 저항이 격렬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오히려 변화로 다시 돌아가 그 메시지를 보다 강화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들과의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음으로써 자신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오바마 의원은 “이제는 모든 주자들이 변화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얘기하고 있다”고 전제, “그러나 누가 진정으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짜 변화를 위기 극복의 처방으로 제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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