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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니 토드' 조니 뎁의 핏빛 복수극 뒤엔 뒤틀린 웃음과 서늘한 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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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니 토드' 조니 뎁의 핏빛 복수극 뒤엔 뒤틀린 웃음과 서늘한 허무가…

입력
2008.01.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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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이어진다. 절정의 순간에 서늘한 허무가 찾아오고, 고통의 극점에서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사디즘적 취향이 없더라도, 잔혹한 핏빛 풍경이 매혹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17일 개봉하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는, 잔인함에 치를 떠는 인간의 본성이 치명적 매력에 전율하는 본능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이야기는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일어났던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160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소설, 연극, TV드라마로 만들어진 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탄생했다.

팀 버튼 감독은 학생시절 이 뮤지컬을 본 뒤, 공포영화 같은 이미지와 아름다운 음악이 뒤섞인 매력에 푹 빠졌다. 마침내 그의 페르소나 조니 뎁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 매력적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되살려 냈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런던. 하지만 사실성보다는 피칠갑한 복수극의 배경에 적합한 질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흑백에 가까운 검은 화면은 주인공의 내면이 번진 것 같고, 어두운 바닥에 흐르는 피는 암갈색 와인빛을 띤다. 뮤지컬 영화답게, 연극 무대와 같은 세트와 창백한 배우들의 얼굴이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바탕에 흐르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묵중한 음악이, 이 심상찮은 잔혹극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스토리는 살육이 살육을 부르는, 결국은 자신도 파멸시키고 마는 고독한 사내의 복수극. 아내와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이발사 벤저민 바커는 음흉한 판사 터핀의 계략에 빠져 감옥에 갇힌다. 15년이 흐른 뒤 런던으로 돌아오지만, 그는 더 이상 바커가 아니라 복수의 화신 스위니 토드다. 아내는 절망에 빠져 독을 마셨고, 딸은 터핀의 수양딸이 됐다.

귀기 서린 눈빛의 토드는 오래 전 살던 집에 이발소를 차린 뒤, 찾아오는 손님의 목을 그어 파이의 재료로 넘겨 준다. 그리고 마지막 복수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운명은 토드의 계획보다 넓은 폭으로 닥쳐오고, 그의 면도칼은 깊은 비극을 그리며 짙은 피를 스크린 가득 뿌린다.

시종 우울하고 가라앉은 이야기지만, 군데군데 잔혹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심지어 무서운 칼질의 순간에 뒤틀린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내게 가학적인 취향이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위손> , <배트맨> 시리즈에서 경험했던, 팀 버튼 영화 특유의 부조리다. “이 영화에 순수한 사람들은 없지만, 나는 가능한 한 순수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의 변. 화려한 비주얼과 면도날의 차가운 질감 속에 감춰진, 이 영화의 매력이다. 17일 개봉. 18세 관람가.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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