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5공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했다는 이 말은 경제수석의 막강한 위상을 한 마디로 대변한다.
실제로 김 수석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아래 5공 초기 경제정책을 사실상 총지휘했다. 대표적 시장경제주의자인 그가 일관되게 추진한 경제자유화와 물가안정 정책은 3저 호황으로 가는 물길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1983년 10월 비극적인 아웅산 폭파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후임으로 5공 후반기 경제를 이끈 이가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을 맡은 사공일 수석이다.
▦경제수석 자리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의 기치를 높이 든 1963년 신설됐다. 최초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출신으로 부총리까지 올라 개발시대의 청사진을 만든 김학렬이었다.
경제수석의 역할과 영향력은 정권에 따라 혹은 수석 개인에 따라 굴곡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한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내각과 정책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은 사례도 많았다. 김영삼 정부의 첫 경제수석으로 '신경제 100일 계획'을 지휘했던 박재윤 수석은 부총리와 경제부처 장ㆍ차관을 모아놓고 '신경제' 강의를 한 일도 있다.
▦엇갈리는 이해와 주장이 충돌하기 마련인 경제정책의 성패는 조정과 조율에 달려 있다. 그 조정 권한을 누가 갖느냐는 동시에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와대에서 그 권한을 가지면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내각의 무력화와 권한 집중의 부작용을 가져오곤 했다.
분권을 강조했던 참여정부는 이런 이유로 경제수석 자리를 폐지하고 경제정책 통합ㆍ조정 권한을 경제부총리에 맡겼다. 그러나 타 부처를 움직일 힘(금융과 예산)을 상실해 사실상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 경제부총리의 조정능력은 곧 한계를 드러냈다.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개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수석 제도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정책을 통합ㆍ조정하면서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참여정부에서 드러난 컨트럴 타워 부재 현상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이 당선인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청와대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책의 추진과 속도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처럼 내각의 기능 위축과 청와대로 과도하게 힘이 집중되는 폐해가 재현될 소지도 다분하다. 다양한 대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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