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상품을 하나 값에’. ‘신년맞이 특별 할인.’
대형 할인점의 광고문구가 아니다. 공연 상품의 이벤트 안내다. 2,000억 원대 규모에 육박하는 뮤지컬을 비롯해 공연 시장의 급성장으로 티켓 유통에도 소비재에나 적용될 법한 다양한 마케팅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공연계의 외형 확대는 제작 편수의 증가, 즉 공급 과잉이 주된 배경이어서 관객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 묶어야 산다
우선 눈에 띄는 게 공연을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의 유행이다. 지난 연말 시작해 2009년 1월까지 공연되는 12편의 연극 중 골라 볼 수 있는 ‘연극열전2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티켓 6매를 묶은 브론즈, 10매짜리 실버, 20매 묶음의 골드 패키지로 구성돼 있는 연극열전2 패키지는 8일 현재 총 6,200만원(180세트) 어치가 팔려나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일부 공연으로만 패키지를 구성했던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의 경우 올해부터 패키지 상품을 대폭 늘렸으며, 시즌티켓(특정 공연예술단체의 티켓을 연 단위로 판매하는 것)의 내용을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LG아트센터는 새로 내놓은 ‘연극 스페셜 패키지’가 하루 만에 500여장이 팔려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제작 편수가 유난히 많은 뮤지컬 장르에서는 같은 제작사의 공연끼리 묶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관람료가 4만원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 와 4만 5,000원인 <알타보이즈> 를 패키지로는 6만, 6,000원에 볼 수 있다. 알타보이즈> 김종욱>
■ 티켓 판매 시간도 제각각
전화 예약이나 창구 판매보다 인터넷 예매가 발달한 우리 여건상 예매 사이트 티켓 오픈 시간도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중고생이 타깃인 아이들스타의 콘서트 티켓 오픈이 저녁 8시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20, 30대 관객이 많은 뮤지컬의 티켓 판매는 주로 평일 오전 10시나 오후 2시에 시작된다.
또 인터넷 사용이 뜸한 주말은 티켓 오픈을 피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인터파크EN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을 통한 공연 티켓 예매량이 가장 높은 요일은 목요일, 화요일, 월요일, 금요일, 수요일 순이었다.
■ 명분 있는 할인
할인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무기지만 공연 상품의 명목 없는 할인은 폐해가 더 크다. 특정 공연 티켓 값에 대한 관객의 신뢰 하락은 공연 분야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지난달부터 시작한 뮤지컬 <그리스> 의 경우 고무장갑, 컵라면, 장화 등 태안 기름유출현장에 필요한 자원물품을 가져오면 티켓 값을 30% 할인해 주는 ‘태안 돕기’ 이벤트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스>
오디뮤지컬컴퍼니 측은 “<그리스> 가 관객 충성도가 높은 작품인 데다 이벤트의 취지를 높이 산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할인 폭이 크다고 해서 관객이 몰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스>
다채로운 티켓 판매 전략의 등장은 공연 비즈니스의 전문화, 조직화를 의미한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투자사와 배급사, 마케팅 대행사로 관련 업체가 세분화돼 왔듯 공연계도 시장 성숙과 함께 전문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평론가 조용신씨는 “내용이나 규모 등에서 여러 스타일의 공연이 등장해 관객 취향에 따른 특색 있는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단순한 할인혜택 차원을 넘어 좌석 우선 배정 등 충성도 높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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