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르크 레제르 지음ㆍ최영선, 이재형 옮김 / 미메시스 발행ㆍ248/ 308쪽ㆍ1만8,000/ 2만2,000원
‘만화의 풍자 정신을 가장 천재적으로 구현해 낸 작가’로 불리는 레제르의 작품집. 프랑스의 대표적 만화가로 꽉 막힌 세상을 향해 말없는 야유와 통쾌한 폭로를 퍼부으며 인간의 조건을 조명했던 그의 대표작들을 A4사이즈 대형 판형에 담았다.
1941년 레옹시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레제르는 83년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체의 권위와 제도, 검열, 그리고 문명의 위선에 저항하는 작품활동을 해 왔다. 60년대 중반부터 비범한 관찰력과 사태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요령은 정치적 의의를 획득, 70년대 프랑스 사회상 전체를 가식없는 이미지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레제르 작품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라는 동물이자 괴물을, 일체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사랑했다는 점. 그래서 그의 미학은 아름다움의 미학이 아니라 추함의 미학이며, 허위의식을 통해 인간 조건의 모순을 반사하는 역설과 반어법의 미학이다.
레제르는 명료한 선이 아니라 바람같이 빠른 필치로 사물의 본질과 기(氣)를 잡아 냈다. 다소 거칠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다이나믹한 선은 인간의 현실을 바라보는 레제르의 기상천외하고 반어적인 시선을 표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책의 말미에 평론을 실은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씨는 “그의 도발은 차라리 혁명에 가깝다. 그의 만화는 도식적인 표현의 자유를 넘어 있기에 자유가 아닌 방종이라고 몰아세워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자유롭다”고 적었다.
‘우리 아빠’, ‘빨간 귀’ 등 몇 해 전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을 모은 1권과 ‘하나같이 못났어’, ‘여자 만세!’, ‘끝내주는 세상’ 등 국내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을 담은 2권으로 구성됐다.
유상호 기자 shy@k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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