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늑장협의… 업무 조정 무능력 드러내市서 부지제공 꺼려 환경관리공단도 떠날 채비
부산시가 최근 국방부, 해양경찰청, 환경관리공단 등 정부 주요 부처 및 산하기관과 부지활용, 청사 확보문제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시는 사태수습을 위해 시장이 직접 나서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업무 조정능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721 일대 국방부 소유부지 3만5,000㎡를 관리하고 있는 국군 수송사령부 항만사업단은 군사작전 임무 수행 시 지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3일부터 동백섬 내 무료주차장과 누리마루APEC하우스 해변으로 통하는 진입로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일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대 동백섬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이 10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군 당국은 시가 이 부지를 활용하게 된 2005년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대체부지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파행을 자초했다.
시는 시민단체 등이 사태해결에 미온적이라며 질타하고 나서자 허남식 시장이 11일 국방부를 직접 방문해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다.
군 당국의 동백섬 차량통제에는 시가 그 동안 여러 차례 군부대 이전 업무 등에 비협조적이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환경관리공단 영남지사도 최근 본사 업무의 지방이관 방침에 따라 현재 20여명에 불과한 직원수가 100여명으로 늘어나면 1996년부터 사용해 온 북구 덕천동 청사가 비좁을 것으로 보고 시에 대체부지를 요구했으나 마땅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해 부산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 김해시와 울산, 대구, 경북 구미시 등이 부산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영남지사 유치전에 나서 부산시로서는 공공기관 추가 유치는커녕 있는 기관마저 타 지역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환경관리공단 영남지사는 부산과 대구, 울산, 경남ㆍ북을 관할하며 환경오염 측정망 관리, 상수원 수질개선, 환경기초시설 및 환경개선자금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맡고 있다.
앞서 남해해양경찰청이 임대 사용하고 있는 동구 좌천동 옛 컨테이너부두관리공단 건물이 좁아 대체 공간 제공을 요구하자 시는 무관심으로 대응하다 해경이 지난해 8월 김해시 장유면 이전계획을 전격 발표하자 뒤늦게 부지 확보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아직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부산과 통영, 여수, 제주 등 4개 해양경찰서를 관할하는 남해해양경찰청이 부산을 떠날 경우 직원 200여명과 가족 등 1,000여명이 빠져나가 인구감소와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가 정부기관의 부지 및 청사문제를 시민 편의와 지역경제 발전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펴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고 사후 수습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정부기관들도 이전 등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 보다는 합리적으로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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