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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달러 연동환율' 또 폐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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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달러 연동환율' 또 폐지하나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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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굴욕'에 끝이 안보인다. 가치하락으로 '패권통화' '기축통화'란 말이 무색해진 가운데, 이젠 각 국이 달러화에 연동하는 환율제도, 즉 '페그 환율'마저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달러 페그(peg)'란 달러의 가치에 자국 통화의 가치를 연동시킨 고정환율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으로 전세계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에는 홍콩과 중동의 산유국들만이 주로 유지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고시대의 유물인 '고정환율제'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난 60년간 세계의 기축통화로 군림해온 달러의 안정성을 높이 평가해 73년 이후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하고 있기 때문. 달러로 원유수출대금을 결제하면서 변동환율을 적용하면, 환율등락에 따라 무역수지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산유국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6월 쿠웨이트와 시리아가 각각 달러 페그를 폐지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도 달러 페그 폐지를 고심하고 있다.

이들의 통화는 달러 가치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달러 약세가 지속되자 자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러 약세분을 반영해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달러 외환보유고가 넘쳐 산유국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상업은행의 사이드 알 샤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달러 페그제 폐지와, 달러 자산 위주인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알 샤이크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가 환율 제도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담에서는 원유 결제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2002년 이후 5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기 위해 달러페그를 유지하고 있는데, 결제 수단을 유로화로 바꾼다면 달러페그를 유지할 이유도 없어진다.

나아가 유가를 보면 미 달러의 가치 하락은 단순한'굴욕'만으로 끝나지 않고 있고 있다. 원유수출 결제 수단인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유가가 덩달아 오르며 세계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부장은 "달러 약세와 유가 상승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유가가 더 오르게 되고, 유가가 오르며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올해 들어 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는데, 만약 산유국의 유가 결제수단이 달러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하루아침에 달러 페그제를 버리고, 원유 결제 수단을 바꾸는 데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CNN은 "달러 약세 보다 가파른 유가상승, 통화결제 시스템 등 기술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돈독한 관계와 같은 정치적 이유도 산유국들이 결제수단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페그는 존속필요 보다 폐지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달러화의 추락하는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페그제란?

다른 화폐에 자국 화폐의 교환 비율을 고정시킨 것으로 일종의 고정환율제에 해당한다. 달러페그의 경우, 달러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나라 화폐가치도 같이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화가 오르면 그 나라 화폐가치도 오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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