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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재임때 별명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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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재임때 별명은 '대법원'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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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향해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을 파헤친 책이 내달 4일 출간된다.

벌써부터 현지 매스컴과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백악관의 클린턴 부부(the clintons at the white house)> (어럼 출판사 발행)로 작가 샐리 베델 스미스가 클린턴 부부의 측근과 친구를 인터뷰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시판에 앞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이 14일 책의 내용을 발췌, 소개했는데 그 일화 가운데 하나가 1998년 겨울 영화를 함께 보자며 친구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일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을 흔들며 르윈스키와 직접적인 성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망신을 당한 게 불과 닷새 전이었다.

그날 친구들과 함께 본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와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한 <사랑 게임(something to talk about)> 이란 코미디였는데 하필이면 가장이 바람을 피우면서 단란했던 가족이 위기를 맞는 내용이었다. 극중 부인 로버츠는 딴 여자에게 한눈 파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이 죽지는 않더라도 개처럼 병에 걸려 고생하도록 하겠다며 음식에 구토제를 탄다.

이 장면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떠올린 친구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찜찜한 상태에서 영화가 끝나자 힐러리가 몇 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친구 메어리 멜 프렌치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모두 토하는 약을 구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이 먼저 쓰고 남으면 내게도 좀 나눠달라.”

일순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프렌치는 작가에게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힐러리가 남편의 스캔들로 빚어진 파국을 이처럼 ‘상황 유머’로 넘기는 능력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 못 말리는 ‘여자 밝힘증’으로 두 번이나 이혼 위기를 맞는 등 75년 결혼 이후 여러 차례 파경 직전까지 갔다. 한 친구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있던 어느날 관저로 찾아갔더니 그가 당시 한 살이던 외동딸 첼시를 재우면서 ‘난 이혼하길 원한다. 이혼하길 원한다…’로 자장가 가사를 바꿔 불렀다고 책에서 고백했다.

책은 잦아들지 않는 남편의 바람기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이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클린턴이 자신을 퍼스트레이디 나아가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오랜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2년 1월 클린턴이 처음 대통령 예비선거에 출마했을 때 코니 햄지라는 여인이 그가 호텔 로비에서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하자 힐러리는 즉각 햄지의 입을 막아야 한다고 나섰고 이후 남편과의 관계를 폭로하는 여자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10만 달러의 거금을 주고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사립탐정을 고용하기도 했다.

책은 92년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힐러리가 웃음을 터뜨리며 친구에게 “개 한 마리가 자동차 뒤 꽁무니를 계속 쫓아 가다가 뛰어 올라탄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도 적었다.

책은 백악관 직원들이 힐러리를 ‘대법원(The Supreme Court)’이라고 부른 사실도 공개했다. 클린턴이 중요 결정을 내릴 적마다 힐러리의 ‘비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참모들이 클린턴에게 결단을 건의하면 그는 “좀 더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는데 이것은 힐러리에게 의견을 들어본 뒤 답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직원들은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대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인가’를 재삼 확인했다고 책은 전했다.

클린턴은 백악관에서 힐러리에 눌려 지냈지만 아내를 ‘히리’라고 부르면서 아이같이 구는 등 다정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했고 첼시의 숙제를 돕기 위해 밤을 지새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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