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 집단발병이라고 규정해놓고, 이번엔 작업현장에서 발병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8일 발표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의 중간결론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상 회사측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정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우선 연구원측은 결론에 앞서 "85㏈ 이상의 공장 소음과 무더운 작업장의 고열이 심장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미세분진은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스스로 배제하지 못한 가능성들과 조사하지 않은 변수를 무시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인상이 짙다.
조사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현장조사 직전에 사측이 미리 작업장을 환기시키고 솔벤트도 바꿨는데 어떻게 조사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연구원은 "어차피 사고 당시의 작업환경을 완벽히 재현해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에 앞서 노사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은 을지의대팀은 "장기간의 연장근무와 높은 노동강도, 고온작업 등이 돌연사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며 직무관련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원은 이 내용조차 무시한 채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9일 성명을 내고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사돈관계라서 덕을 봤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와 보건연구원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럼 도대체 왜 비슷한 시기에 모두가 심장질환으로 죽었다는 겁니까?"라는 질문 앞에 다시 서야 한다.
1월 말로 예정된 조사기간을 늘려서라도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조사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만 증폭될 뿐이다.
사회부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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