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참여정부가 이번에는 북한의 조선협력단지 건설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조선협력단지 건설은 지난해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된 첫 경제협력 사업인데다, 경제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인수위 입장은 명료하다. 조선단지를 포함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경의선 철도ㆍ도로 개ㆍ보수 등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최근 통일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현지조사를 거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협 사업을 북핵 문제와 상호주의 원칙에 맞춰 이행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의 ‘실용주의’ 원칙 위배론을 내세우며 반박하고 나섰다. 박선원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11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조선단지 조성을 북핵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북핵 문제와 연계해야 할 사업이 있다면 당국 차원의 대규모 협력사업이지, 민간의 대북투자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실용주의’와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높은 경제성도 조선협력사업이 적극 추진돼야 할 이유라는 설명이다. 실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 상당기간 블록(선박 부분품) 품귀현상에 시달려야 하는 국내 조선업계로선 북한 진출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3통(통행ㆍ통신ㆍ통관)이 해결된다면 언어, 문화, 인건비, 운송비 등 여러 면에서 북한이 중국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업계 자료를 인용, “블록 톤당 18만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현지조사를 이끌어 온 산업자원부는 양측의 눈치를 보느라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산자부 최평락 기간제조산업본부장은 “중국에 진출해 많은 부작용을 경험한 국내 조선업계가 북한 메리트를 잘 알고 있지만, 일단 인수위의 입장이 ‘재검토’로 나온 만큼 향후 일정은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와 업계 실무자로 구성된 현지조사단은 작년 11월과 12월 북한 남포ㆍ안변지역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였고, 올해 1분기까지 측량ㆍ지질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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