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의 올해 시설투자 계획이 지난해 75조5,000억원보다 19.1% 늘어난 8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대기업들의 투자 증액은 새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그 규모가 20% 가까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늘어난 투자액은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 상향시킬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이 투자계획에는 해외부문이 15%가량 포함돼 있어 국내투자는 76조4,000억원 수준이다. 개별 그룹의 투자규모는 공시 사항이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은 전년보다 3조원 많은 25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4조원 증가한 11조원, LG는 7조원, SK는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이날 저녁 신년 첫 회장단회의를 갖고 이 같은 투자계획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다양한 투자활성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룹 별로 정부 규제 탓에 투자가 지연되는 프로젝트를 파악해 '투자관련 제도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주요그룹 투자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기업투자협의회'를 운영하고 사무국 내에 투자촉진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달 중 구성될 기업투자협의회는 투자애로 사항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아울러 지난달 28일 이명박 당선인과 간담회에서 논의된 '민ㆍ관합동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안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새 정부가 규제 철폐를 약속한 만큼 향후 재계가 어떻게 '화답' 할지를 집중 논의했다. 재계 주변에선 각종 덩어리 규제가 풀릴 경우 대기업들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밑그림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규제 개혁이 재벌만 살찌울 것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재계로선 부담이다.
규제개혁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투자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 재계 인사는 "법 개정을 통한 규제 철폐를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데도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린다"며 "더구나 기업들은 수익을 낼 신수종 사업을 발견해야 투자금을 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석래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 14명이 참석했으며 4대 그룹 총수들은 불참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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