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 최고경영자(CEO)였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필자는 가장 존경한다. 그녀가 25세에 여왕으로 즉위한 1558년, 영국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이 노리는 부도 직전의 약소국이었다. 엘리자베스의 치세동안 영국은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의 활동으로 영국문학이 꽃 피었고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찔러 해상권을 장악하고 신세계를 개척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성장했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450년 전 영국과는 매우 다르지만 국가 경영의 기본은 같다.
여왕은 자신을 반역으로 몰아 처형하려 했던 이복 언니 매리 여왕의 각료들을 용서하고 윌리엄 세실 등 자신이 신뢰하는 유능한 사람들을 기용했다. 게다가 간통혐의를 쓰고 처형된 어머니 앤 볼린의 신원조차 하지 않았다. 국가경영자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안문제에 집중하며 기본원칙은 지키면서도 현실을 수용하여 불필요한 이념대결을 피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당시 영국은 실질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악화가 통용되고 있어 낮은 국제공신력으로 인해 영국 상인들이 무역에 큰 지장을 받고 있었다. 여왕은 그레샴의 제언에 따라 악화들을 모조리 환수하고 양화만 통용시키는 화폐개혁을 단행하여 국가신용을 올림으로써 무역을 활성화시키고 경제발전의 전기를 잡았다.
현대 교역에서 국제 공신력은 교역상대가 제공하는 측정, 시험 및 분석 데이터의 신뢰성이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산자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 여러 가지 법령과 표준규격을 제정하고 지역마다 시험소를 두는 등 제도는 갖추었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 신뢰가 미흡하여 국가에서 발표하는 수치를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정점으로 하는 범부처적 기술적 측정표준체계 확립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
중세의 첨단과학은 선박 및 항해술이고 벤처는 신세계 개척이었다. 여왕은 영국의 자주와 해상권 장악이라는 궁극적 국가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꾸준히 항해를 권장하고 해군력을 증강하였다.
소작농 출신 해적 드레이크를 발탁했고 측근들과 스페인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신임, 신세계를 개척하고 스페인의 해외 영토를 공략하게 하였다. 참다못해 영국을 공격해온 스페인 무적함대를 맞아 드레이크는 우수한 기동성과 장거리 함포로 무장한 영국의 배와 지형 기후를 활용, 무적함대를 궤멸시켰고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대의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 경쟁력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발전전략에 맞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 투자하고 현장 연구 인력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 연구개발 총괄 기능은 더 강화시키고 부처별로 분산된 연구관리 기능은 통합 또는 표준화시켜 일선 연구자들의 혼동과 인력낭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기술 수장으로는 연구현장을 잘 이해하고 국가적 비전을 공유하는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나아가 외환위기(IMF) 시절 줄어든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의 정년을 65세로 원상 복구하는 등 과감한 보상으로 이공계 기피가 이공계 선망으로 바뀌면 우리나라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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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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