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쟁과 자율’,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교육정책 추진을 재천명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설립 제한의 족쇄를 풀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속단하기 이르다.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밀어붙이기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졸속 추진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낳을 소지도 있다.
■ 대입 자율화 확정
이 당선인은 지난해 처음 도입돼 변별력 논란을 일으킨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를 사실상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신을 살리려고 수능 등급제를 했고, 등급제가 변별력이 없어지니 대학들이 논술고사로 변별력을 찾으려 한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수능 등급제= 실패작’이라는 결론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한 수능 등급제 시행으로 수험생들이 내신 수능 논술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의 과중한 입시 현장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게 그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수능 과목을 3, 4개로 축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교육 열풍은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을 통해 잠재우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다양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정부가 막은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수요만큼 공급을 늘리면 사교육비 부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뜻이다.
우려 목소리
이 당선인 회견을 통해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보다 구체화 했지만, 교육단체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효과에 대한 회의적 반응과 수능 등급제 개선 등 급격한 정책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애순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수요 만큼 공급을 늘리면 사교육비가 줄고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며 “학교가 서열화 한 국내 현실에서 입시경쟁은 더 심화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자율형 사립고 확대가 오히려 사교육 열풍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수능 과목 축소는 자칫 입시위주의 단순 암기식 교육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군사 작전식 축소보다 3년 이상 차분히 준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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