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총리 인선 방향과 기준의 일단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들어맞는 후보군이 누가 될 수 있는지 관심이 크다.
이 당선인은 우선 “총리와 내각을 정치적 고려나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임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 자체를 위한 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총리는 앞으로 세계 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할 역할이 많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 아니라 총리 자체적으로 독자적 역할을 갖고 국내ㆍ외에서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준도 제시했다.
이 당선인의 이 같은 언급을 통해 우선 정치형 총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 ‘자원외교’ 등의 언급을 감안하면 외교 역량이 있고 경제를 아는 인물일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총리 인선과 관련된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원고에는 ‘글로벌 감각’이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또 ‘총리의 독자적 역할’이라는 기준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총리의 위상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자연스럽게 총선 등을 고려해 검토됐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등은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미 본인들의 고사로 어려운 카드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의 질문에 “당에 남아서 도와 드릴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재차 고사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 주변에선 ‘박근혜 총리’ 카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긴 하다. 이른바 ‘빅딜’을 통해서라도 총리를 받아 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날 이 당선인이 ‘총리의 독자적 역할’을 특별히 강조한 것도 박 전 대표의 총리직 수락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부 나온다.
‘정치형 총리’ 콘셉트와 함께 나온 인선 기준이 ‘실무 전문가형 총리’였는데 이 개념은 이 당선인이 이날 밝힌 총리 인선 기준과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실무형으로 일 잘하는 총리 개념에다 외교 역량과 경제 안목 등 이른바 ‘글로벌 감각’을 갖춘 비(非)정치인이 총리 후보군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잣대로 본다면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와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우선 거론된다. 한 총장서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에 이어 현 정권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인물로 외교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손 총장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투자 유치 및 자원외교 개념과도 잘 매치된다.
안병만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과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글로벌 감각’을 갖춘 후보군에 들 수 있다는 평가다.
총리 인선 일정과 관련 이 당선인은 이날 “총리 임명이 늦어진 게 아니라 계획대로 되고 있다. 국회 인준을 받기 위해선 아마 이달 말쯤이나 2월초에 국회 일정과 맞춰 확정해서 늦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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