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7년 10대 히트상품'리스트에는 4년 연속 이름을 올렸던 정보기술(IT) 제품이 빠지고 와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만큼 와인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와인시장은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더욱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진화할 전망이다. 와인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이 최근 발표한 2008년 와인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와인시장은 더 작아진 용량(Small),사회생활의 동반자(Social), 슬로 푸드 문화(Slow) 등 '3S' 코드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Small: 미니 사이즈 인기
싱글족이 늘고 '나홀로 문화'가 자리잡아 가면서 제품의 소형화가 눈에 띄고 있다. 와인도 지난해 본격적으로 등장한 미니 사이즈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그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와인의 절반 사이즈(375㎖)인 '미니 와인'은 병째 마셔도 될 정도. 최근 와인파티에서는 미니 스파클링 와인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소위 '스트리트 와인'이라 불리는 글라스 와인 분량(187㎖)의 와인도 인기다. 신세계 이마트의 지난해 전체 와인 매출은 2006년보다 30% 성장한 데 비해 미니와인의 매출은 80%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미니와인과 미니어처 양주로 구성된 '미니바'(Mini-Bar)를 선보인 훼미리마트의 경우 첫 두 주간 와인 매출이 전년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현재 '블루넌 화이트'(독일), '지네스떼 보르도 화이트'(프랑스), '니볼레'(이탈리아) 등 다양한 브랜드가 미니 와인을 내놓고 있다.
Social: 사회생활의 동반자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 404명 중 약 80%가 와인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룹 총수들도 와인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CEO의 이름이 별칭으로 붙은 와인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에 선물해 화제가 된 '샤토 라투르 1982년산'이 대표적인 예.
와인은 이제 개인적 취미를 넘어 비즈니스의 필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 비즈니스맨들에게 어느 정도의 와인 상식이나 예절은 기본. 특히 폭탄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할 때 더없이 좋고, 와인 취향이 서로 비슷할 경우에는 금방 친해지는 이점도 있다.
와인 동호회도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와인카페'(cafe.naver.com/wine)나 '와인과 사람'(winenpeople.cyworld.com)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올라온 게시물들은 실제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Slow: 슬로 푸드 문화
와인은 슬로 푸드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대표적인 슬로 푸드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전통음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와인이 완전히 정착될 올해에는 우리 전통음식에 맞는 와인들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삼계탕에는 부드러운 메를로 품종의 와인이나 스페인 산 템프라니요 품종의 와인을 매칭하면 좋고, 갈비구이에는 메독 지방의 레드 와인을 함께 마시면 좋다.
또 죽에는 죽의 부드러운 질감과 잘 어울리며 너무 무겁지 않은 '알베르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같은 와인이, 보쌈에는 육질을 더욱 촉촉하게 해주는 칠레산 까르미네르 품종이 제격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