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펀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앞 다퉈 펀드를 출시하다 보니 펀드 수가 급격히 늘고 있고, 특히 펀드 수탁액도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펀드 수탁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들이 5배나 늘었고, 4조원이 넘는 초대형 펀드도 등장했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과연 수익률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수탁액 규모가 어떤 수준인지, 무작정 수탁액이 큰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펀드 규모는 펀드를 운용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펀드의 수익률은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들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펀드로의 유입자금이 지나치게 커지면 투자대상이 한정된 시장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시장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도 힘들다. 실제로 펀드의 대형화가 수익률 저하 요인이 된다는 외국 연구 결과들이 많다. 반면 운용규모가 너무 작게 되면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좋은 종목을 발굴해도 투자를 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수탁액 적정 규모를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펀드 운용스타일이나 시장 상황, 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적정 수준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펀드들을 조사해 보면 운용성과가 대부분 좋다. 수익률이 좋아서 투자자들이 계속 몰리다 보니 펀드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수탁액이 늘어나는 펀드들이 몸집이 커지면서도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실상은 아직 국내 펀드들은 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펀드 규모면에서는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아직 우물안 개구리인 셈이다.
또 자산운용사들이 유동성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려고 수탁액 규모 관리를 철저히 한다. 펀드 수탁액이 일정수준 이상 되면 신규가입자를 제한 시킨다거나 투자 대상이 동일한 시리즈 펀드를 출시해 자금을 분산시킨다.
투자자들은 대형펀드의 수익률 저하 가능성을 걱정하기 보다는 펀드 규모가 적정수준 이하 일 때를 조심해야 한다. 펀드평가 기관들은 통상 설정액 50억원 이상이면 평가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펀드 규모가 50억원 이상은 돼야 펀드 운용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때문에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펀드들은 당연히 규모가 작겠지만, 신규펀드가 아닌데도 설정액이 너무 작은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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