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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먹고 적게 먹으면, 당뇨는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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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먹고 적게 먹으면, 당뇨는 '남의 일'

입력
2008.01.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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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이모(26ㆍ여)씨는 밀가루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하루 세 끼를 빵과 칼국수, 우동, 파스타 등으로 때우고 간식으로 감자칩, 쿠키 등을 먹는다. 이씨는 몸무게 69㎏에 공복시 혈당 수치가 144㎎/㎗로, 과체중에다 당뇨병 전 단계로 진단받았다.

이씨처럼 '탄수화물(당질)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단맛이 도는 빵이나 쿠키, 케이크 등 밀가루 음식을 찾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기 때문이다.

문제는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복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분해속도가 느린 '좋은' 식품을 택하라고 권한다.

혈당지수(GI)란?

탄수화물 분해속도를 측정하는 수치가 '혈당지수(GIㆍGlycemic Index)'다. GI는 포도당 50g을 섭취한 것을 100으로 보고, 각 식품의 탄수화물 50g을 섭취한 뒤 2시간 동안의 혈당량 변화를 비교한 수치다.

1981년 캐나다 토론토대 데이비드 젠킨스, 톰 올레버 박사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품을 찾기 위해 만들었다. GI가 70 이상이면 고GI 식품, 55 이하이면 저GI 식품으로 분류된다.

저GI 식품으로는 보리(50), 우유(25), 호밀(34), 고구마(55) 등을 꼽을 수 있다. 흔히 달짝지근한 고구마가 담백한 맛을 내는 감자보다 더 살찌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싶다. 감자가 고구마보다 열량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자의 GI는 90으로 고구마보다 높다. 따라서 같은 양을 먹으면 감자가 고구마보다 복부 비만을 유발할 위험성이 더 크다.

흰 쌀밥(84)보다는 현미밥(56)이나 잡곡밥이, 흰 빵보다는 호밀 빵이나 잡곡 빵이 혈당치를 덜 높이기 때문에 몸무게 조절에 더 유리하다. 과일 중에는 파인애플 수박 바나나가 GI가 높고, 오렌지 딸기는 낮다. 채소는 감자 당근 옥수수 호박이 높다.

GI 높은 식품, 비만ㆍ당뇨병 등 유발

고GI 식품을 섭취하면 '빠른 혈당 상승→혈당을 낮추려고 췌장에서 인슐린 과다 분비→췌장 혹사→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 저하'로 악순환된다.

이로 인해 근육ㆍ간ㆍ지방에서 당 흡수가 늘지만, 간에서 콜레스테롤 분해는 억제된다. 또한 고GI 식품을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가 촉진돼 결과적으로 체지방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고GI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더 허기가 지고, 체지방은 더 많이 저장돼 몸무게가 늘어난다. 내당능 장애(당뇨병 전 단계로 식후 혈당이 140㎎/㎗ 이상, 199㎎/㎗ 미만인 상태) 환자에게 당뇨병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고GI 식품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헨리 교수는 8~11세 어린이 38명을 고GI 아침식사군과 저GI 아침식사군으로 나눠 10주간 시험한 결과, 저GI 식사군의 하루 평균 열량 섭취가 61㎉나 적었다.

반면 GI가 낮은 식품을 먹으면 탄수화물 분해속도가 느려 포도당을 혈액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따라서 소장에 오랫동안 머무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포만감이 지속돼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GI가 낮은 음식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여러 임상 결과, 저GI 식사가 고GI 식사보다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을 낮추고 당화혈색소(혈당이 늘어나 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지난 2~3개월간 평균 혈당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7% 이하가 정상)를 개선할 수 있으며 혈청 지질이 개선됐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당뇨병협회(ADA)는 탄수화물의 총 섭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혈당 조절을 돕는 보조방법으로 GI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가능한 한 저GI 식품을 즐겨 먹되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GI와 열량은 다르다"며 "견과류(땅콩, 잣, 호두 등)와 식용유(올리브유, 옥수수기름 등) 등은 GI는 낮지만 열량은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저GI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살코기 등을 전혀 안 먹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당뇨병과 비만 환자는 GI가 높은 설탕ㆍ액상과당 대신 GI가 낮은 결정과당이 함유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 식초를 넣어 조리하거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으면 GI를 낮출 수 있다. 이밖에 식사할 때 저GI 식품을 한 두 가지 첨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일러스트=박성남 medical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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