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입법위원선거(총선)에서 민생과 국가경영에 실패한 민진당 정부에 내려진 국민의 냉혹한 심판은 3월 총통 선거에서의 정권 교체를 알리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야당인 국민당의 압승이라기 보다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참패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제1당이었던 민진당은 총 의석 113석 중 겨우 27석(23.9%)만을 건져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진당이 1986년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당은 최대 목표 의석 75석에서 6석이나 더 얻는 압승을 거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민심은 민진당의 경제 실정, 천 총통의 친인척 비리는 물론 역사 바로 세우기, 대만 독립 노선 등으로 나라를 적과 동지로 갈라 갈등을 부추겨온 천 총통식 정치 등에 대해 단호한 심판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천 총통이 격하운동을 벌인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손자 장샤오옌(蔣孝嚴)이 이번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선 결과는 3월 22일 총통 선거에서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천 총통 집권 8년간 실정의 그림자가 너무 짙고,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된 정당 투표에서 국민당은 51.23%를 얻어 민진당(36.91%)을 크게 따돌렸다.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총통후보는 개인 지지도면에서 셰창팅(謝長廷) 민진당 총통 후보를 크게 앞서는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게 대만과 홍콩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사실상 천수이볜 시대가 저물고 국민당 시대가 막이 올랐다. 국민당과 마 후보는 양안관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경제를 살리지 못한 민진당의 실정을 바로잡는 것을 출발선으로 잡을 것이다. 마 후보는 승리 직후 “대만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키는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대 중국 정책에서 천 총통이 걸어온 대만 독립 노선에서 탈피, 양안관계의 갈등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선호하고 있어 대만 독립 행보는 급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당도 국방력과 안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국민당이 주력할 분야는 민생분야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10년만에 최대치로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투자ㆍ수출 촉진 등을 위한 친 기업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의 앞길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민진당내에서는 천 총통 색깔을 지우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당내 노선 갈등도 불가피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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