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구본무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 여사가 9일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구 명예회장과 66년간 해로하면서 조용한 내조자로, 슬하의 4남2녀에겐 자상한 어머니로 헌신해온 LG가의 종부(宗婦)였다. 경남 진양군 대곡면 단목리에서 하순봉, 정회남씨 사이에 3남3녀 중 장녀로 태어난 고인은 만 18세이던 1942년 5월 이웃 지수면 승산리에 살던 구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의 조부모가 당시 ‘선비 집안의 장녀로 한문에 뛰어난 소양을 갖춘’ 그를 종부로 삼기로 결정한 것.
고인은 슬하에 장남 구 회장을 비롯해 구훤미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구미정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 4남2녀를 두었다.
고인은 생전에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데 진력하는 한편, 맏며느리로서 시부모와 8명의 시동생을 보살폈다. 특히 제사를 한번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제수용품과 제례음식을 일일이 준비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씨 가문의 유교적 가풍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가족의 집안 화목은 물론 회사를 공동 창업한 허씨 가문과의 화합에도 힘썼다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구 명예회장은 2001년 희수(77회 생일)연에서 “지난 60년 동안 일생의 반려로서 묵묵히 내조해 준 집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남인 구 회장도 평소 “엄격한 가르침과 따뜻한 사랑으로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부모의 모습을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하는데 바로 아버님, 어머님께서 그런 가정교육으로 우리 여섯 남매를 길러 주셨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2일 오전 7시. (02)2072-2016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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