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문화관광부 모 국장이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포함한 신상명세 조사를 문화부 실무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지시에는 언론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각 분야 주요 인사와 산하단체 기관장, 심지어 주요 광고주에 대한 조사 자료까지 포함됐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터지고 보니, 정보기관이 언론인의 개인 파일까지 만들어 ‘관리ㆍ통제’를 시도했던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부정적 유습이 아직까지 완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는 우려가 싹틀 수밖에 없다. ‘기자실 못질하기’로 상징되는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전면 수정해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에 비추면 더욱 그렇다.
인수위는 이 같은 사실을 즉각 시인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당사자를 문책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섰다. 또 현재까지는 인수위의 조직적 시도라기보다는 ‘개인적 돌출행동’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도 ‘옥에 티’라며 “차기 정부에서 그런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일이 설사 한 전문위원의 독자적 발상에서 비롯했더라도, 당사자를 문책하고, 서둘러 불을 끄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뿐만 아니라 광고주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면 ‘광고 압력’을 통한 간접적 영향력 행사까지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개인적 돌출행동이라고 치고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혹시 인수위 내부에 그런 엉뚱한 발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인수위 내부의 충성 경쟁이 인수위원들을 과잉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확고한 정책구상을 밝히고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현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위적으로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거꾸로 적으로 돌리려는 극단적 사고를 피해야 한다. 이번 일을 쓴 약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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