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인수ㆍ합병(M&A) 폭풍이 몰려 오고 있다.
지난 해에는 국민은행과 솔로몬 저축은행이 각각 한누리와 KGI증권을 인수한 것 이외에는 물밑 작업만 활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증권사와 기업들이 매각과 인수를 공식 선언하는 등 구체적인 밑그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폭풍의 진원지는 중소형 증권사들. 신흥, 한양, 교보증권 등이 거론 대상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년 시행되면 대형화와 차별화로 승부해야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몸집 불리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에 차라리 몸값이 높을 때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도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지만 않다면 조직 구성과 인력 확보 면에서 신설보다는 M&A가 더 나을 수 밖에 없다.
신흥증권은 지난 2일 새해가 밝자마자 매각을 공식 선언하면서 M&A 신호탄을 올렸다. 이미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을 주관사에 의뢰해 놓은 상태.
한양증권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지만, 부국증권이나 신영증권처럼 별도 자산운용사를 갖고 있지 않아 매각에 걸림돌이 될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M&A설에 휩쓸린 상태. 지난해에는 대주주인 교보생명이 상장 요건인 지급여력 비율을 맞추기 위해 교보증권을 매각,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했지만 정작 교보생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서 M&A설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지난해말 교보증권이 교보투신의 지분을 교보생명에 넘기면서 또 다시 매각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보증권 측이 강력 부인하고 있다.
사실 사려는 곳은 많다. 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굴지의 재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증권사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요 그룹 입장에서는 내년 2월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부여되면 금산분리 원칙으로 막혀 있는 은행업에 간접 진출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캐피탈, 카드 등과 합쳐 시너지도 낼 수 있어 증권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이와 관련, "은행 등 10여개사가 증권사를 신설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현대차 그룹은 이미 증권업 진출을 선언 한 뒤 신설과 인수를 놓고 저울질중이다. 두산그룹도 지난 4일 BNG증권중계를 인수하면서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게 업계 전망이다.
BNG증권중개는 종합증권사가 아닌 위탁매매만을 하는 자본금 30억원의 초소형 증권사. 실제로 두산은 우리나라 금융업 전망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맥킨지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도 대한화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코스모 투자자문사를 인수하기 위해 일본계 투자사인 스팍스와 협상중이다.
이밖에 SC제일은행, 부산은행, 대우캐피탈, NH투자증권, 유진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신설 또는 M&A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M&A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가 증시활황으로 수익이 나다 보니 사업을 굳이 접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M&A 성사 속도가 더디고 규모도 작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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