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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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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로 대통령

입력
2008.01.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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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것은 한국 기독교의 자랑이다." "하나님께서 통치권을 강화시켜 주시고 탁월한 지혜와 능력을 주시어 열강이 깜짝 놀라는 신화적 존재가 돼 주시기를 바란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뜨거운 축하와 하나님께 대한 감사로 영글어 있다."그제 보수 개신교 교회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명박 당선인을 초청한 기도회에서 쏟아진 말이다.

특정인이 대통령이 된 것이 어떻게 기독교의 자랑이 될 수 있는지 신학적으로 도저히 이해는 안 가지만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흐뭇하다는 촌스러운 정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일부 목사와 신자들이 공공연히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그저 덕담이라고 봐 주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유명한 목사들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김준곤 목사는 1965년 대통령 조찬 기도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기독교와 무관한 주장에 신의 이름을 마구 끌어들였다.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다" "10월유신은 실로 세계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은 것이다" 등등.

■정진경 목사는 1980년 8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초청한 조찬 기도회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의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이 자리에는 한경직 조향록 같은 존경 받는 원로 목사들도 나서 세인의 개탄을 불러일으켰다. 이승만 김영삼 장로가 대통령이 됐을 때도 신의 이름으로 칭송하는 이는 많았지만 정작 잘못을 했을 때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

■종교인들이 종교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현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종교적 가치라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가이사(카이사르ㆍ로마 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라"(마태복음 22장 21절)고 했다.

세속의 정치와 종교적 세계를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둘이 마구 뒤섞이는 것은 대개 일부 종교인들의 권력욕 내지는 출세욕 때문이었다. 종교의 가르침과는 무관한 개인적 욕심을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자들이야말로 '회칠한 무덤'에 다름 아니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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