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일제히 특사나 고위급 인사를 파견키로 한 것은 과거 정권 교체기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그만큼 주변 열강들이 좌에서 우로 넘어가는 한국의 권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10일 한일 의원연맹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 친서를 전달토록 했다. 후쿠다 총리는 대통령 취임식 때 방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이 같은 제스처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이슈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그간 6자회담에서 소외됐으며 역사 문제로 인해 한국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동북아에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14일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채를 띤다. 중국이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새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려 했던 참여정부와 달리 한미동맹 강화 및 한ㆍ미ㆍ일 남방3각 안보협력을 앞세운 데 따른 긴장감이 엿보인다.
특히 핵을 포함,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외교적, 평화적 해결’이라는 노를 함께 저어온 한국의 변화 양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의 권력 교체가 자칫 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은 새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 이 당선인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북핵 등 동북아 이슈를 다루는 데 한국의 적극적 지지와 공조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비단 동북아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도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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