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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컵 4인승 봅슬레이 사상 첫 동메달 '기적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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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컵 4인승 봅슬레이 사상 첫 동메달 '기적의 질주'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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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하면 되는구나!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

한국판 ‘쿨러닝’ 강광배(35ㆍ강원도청)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을 따낸 감격은 짜릿했다. 그러나 시상대에 올라서자 걱정이 앞섰다. “예산이 부족한데 앞으로 연습은 어떻게 하지?” “새로 뽑은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시키지?” 희망과 함께 절망이 동시에 그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한국 썰매종목의 선구자 강광배가 이끄는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08아메리칸컵 2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39초23으로 캐나다(1분37초22), 미국(1분38초43)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광배와 이진희 조인호 김정수는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봅슬레이(Bobsleigh) 선수 3명?

한국에 봅슬레이 선수는 단 3명이다. 강광배와 이진희 외에 송진호가 있다. 송진호는 예산 문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스켈레톤 선수인 조인호와 김정수는 부족한 선수의 ‘머릿수’를 채워주기 위해 봅슬레이에 올랐다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경기장은 물론 썰매조차 없는 한국 선수들은 쿨러닝의 주인공으로 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다.

지난달 5명의 봅슬레이 선수를 발굴한 강광배는 자신이 넘쳤다. “유럽 전지훈련을 가면 스위스에서 썰매를 빌려준다. 스타트가 느린 단점을 보완하고 좋은 썰매만 구한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지금도 가끔은 우리가 이긴다.” 루지와 스켈레톤 선수로 동계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했던 강광배는 “훈련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되면 올림픽 메달도 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KOR 아닌 USA 썰매 탄 사연

한국 봅슬레이의 역사를 새로 쓴데 사용된 썰매에는 ‘SALTLAKE 2002’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전날 2인승 경기에 사용한 썰매에는 USA라는 글자가 큼지막했다. 썰매가 없다 보니 하루에 500달러(약 47만원)를 주고 빌렸기 때문. “남의 썰매에 ‘KOR’이라고 스티커를 붙이기가 이상했는데…. 설마 메달을 딸 줄이야 우리도 몰랐죠. 이럴 줄 알았다면 펜으로라도 KOREA라고 쓸 걸….”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 봅슬레이에 매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재미있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썰매가 빠를 땐 시속 135㎞로 달린다. 체감 속도는 270㎞쯤 될까? 이 속도로 얼음판을 달리면 무섭다. 봅슬레이가 뒤집어지면 무서워서 쳐다보기도 싫다. 마치 자동차 사고가 난 것 처럼.” 강광배는 씩 웃으면 말했다. “그러나 또 타고싶은 걸 어떡하나. 일본을 제치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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