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오마바 돌풍을 이겨냄으로써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그의 대세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날 선거결과는 3% 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였지만 경선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버럭 오마바 상원의원에 지지율 두 자릿수의 열세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낙승이라고 할 수 있다.
예비선거 전날인 7일 부동층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때 선거의 중압감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였던 참담한 상황에서 극적 반전을 이룬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빗나가게 한 막판 대반전을 두고 “힐러리의 눈물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힐러리 의원은 승리가 확실해진 뒤 행한 연설에서 “뉴햄프셔가 나를 돌아오게 했다”며 감격스러워 했고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승리에 더욱 환호했다.
힐러리 승리의 요인은 여성표의 쏠림 현상과 전통적 민주당원들의 지지, 선거전략의 변화, 오바마의 짧은 경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 등을 꼽을 수 있다. 힐러리의 눈물은 확실하게 여성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힐러리는 아이오와 코커스 때 여성 지지에서 오바마 의원에게 뒤졌으나 이번엔 47%대 34%로 오바마 의원을 눌렀다. CNN의 유명한 정치분석가 빌 슈나이더는 “힐러리의 승리 요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여성”이라며 “여성들이 힐러리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힐러리 의원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투표가 진행되던 8일 내내 TV를 통해 되풀이 방영됐고 전날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여성 부동층이 이날 오후 대거 투표장에 몰렸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등록된 민주당원들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도 힐러리에게 승리를 안긴 결정적 요인이었다.
힐러리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 등록된 민주당원들의 지지에서 45%대 34%로 오바마 의원을 앞섰고 여기에 28만여명에 이른 기록적 투표율이 이번엔 힐러리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민주당 경선 구도를 사실상 확정하게 될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 때 경선을 치르는 많은 주들이 등록된 민주당원으로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햄프셔에서 보인 등록 민주당원들의 높은 투표율은 힐러리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통해 오바마 의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안티 세력의 존재가 어렴풋이 드러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오바마 의원의 변화 메시지에 열광하는 젊은이들과는 구별되는 장년, 노년층이 힐러리의 경륜과 지혜를 선호하며 조용히, 그러나 육중하게 투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흑인 대통령이 탄생될 가능성에 대한 백인들의 위기의식, 즉 인종적 장벽도 이번 대선의 잠재적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맨체스터(미 뉴햄프셔주)=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