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범 이후 잠잠하던 삼성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4일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강도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압수수색 장소가 예상을 깨고 삼성 관련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의 집무실과 자택이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또 비자금 조성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 부서로 지목된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핵심 임원들도 정밀 타격했다. 이날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특검팀의 삼성 비자금 등 관련 의혹 수사는 숨가쁘게 돌아가게 됐다.
■ 특검의 정면 승부
조준웅 특검팀이 이날 이 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의 타워팰리스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 한 것은 특검팀이 이번 사건에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의 집무실이 압수수색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여타 대기업 수사에서도 총수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 등에 비춰볼 때 삼성 특검팀도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해 이 회장이 관여됐다는 확증을 잡은 뒤라야 이 회장 주변 수사를 시작하는 ‘조심스런 접근’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조 특검은 정공법을 택했다. 어차피 의혹의 정점은 이 회장이고, 이 회장 관련 의혹이 규명돼야 수사가 끝날 것인 만큼 수사 초반부터 이 회장을 직접 겨냥하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 비공식 문건 있나
압수수색 장소가 대부분 관련자 자택인 점은 특검팀이 가장 효율적인 수사 방식을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김용철(50)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중순 의혹을 터뜨린 뒤 석달이나 지났고, 이 기간 동안 삼성은 내부 서류 및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교체해 가며 수사에 대비해왔다. 특검팀이 삼성 계열사를 압수수색한다 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셈이다.
그러나 핵심 관련자 자택은 삼성이 방심 했을 수도 있고, 또 차마 폐기할 수 없는 자료들을 이 곳에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특히 ‘비공식 문서’ 발견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는 ‘공식적인 서류’만 있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각종 보고서 등 비공식 문서 또는 메모는 비밀리에 보고되고 관리됐을 것이기 때문에 자택에 보관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삼성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중 경영지원담당 소속 실무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도 주목된다. 경영지원담당은 삼성 구조본 시절부터 재무팀 내에서 관재, 즉 이 회장의 재산관리를 담당했던 부서이다. 현재 특검 수사 대상이 된 비자금 조성 및 차명계좌 운영,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 압수수색 성과는
남은 문제는 압수수색의 성과다. 만일 비자금 관리ㆍ운용 관련 보고서나, 컴퓨터 자료, 경영권 승계 관련 비밀문서 등이 나온다면 특검팀의 수사는 급진전 한다.
그러나 특별한 자료가 없을 경우 특검팀은 차명계좌 추적 등 ‘바닥 쓸기식 수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사 성과도 확신할 수 없다. 현재 특검팀이 승지원 등에서 압수해온 분량이 많지 않은 상태여서 압수수색 성과에 관한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한편 이날 이 회장과 그룹 수뇌부 자택 압수수색이 끝남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삼성 전략기획실과 삼성물산, 삼성SDI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 계열사도 압수수색할 것으로 보인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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