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에 ‘여자 신동’이 출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주니어 오렌지볼 테니스대회. 한국 여자테니스 사상 최초로 12세 연령대 단식 결승전까지 올라간 꿈나무가 있었다. 비록 결승전에서 아깝게 졌지만 한국 테니스 역사에서 오렌지볼 단식 준우승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주관하는 오렌지볼은 12세와 14세 이하 연령대 주니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최고 수준의 대회. 앤드리 애거시, 슈테프 그라프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 주니어 테니스에 쾌거를 선사한 주인공은 안양 신안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장수정(13ㆍ163㎝)양. 장수정은 또래 선수들 가운데 이미 국내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해 국내에서 열린 모든 대회에서 전부 우승을 차지했다. 6월 전한국 주니어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굵직한 7개 대회를 연이어 제패했다. 11월에는 예비 중학생 자격으로 경기도 소년체전 평가전에서 두 살 위 언니들을 모조리 누르고 우승했다. 예쁘장한 외모까지 갖추고 있어 장차 대형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의 주원홍 감독은 “이형택 이후 내가 감독 생활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선수가 바로 장수정이다. 체격이 좋고 재능이 풍부한 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2,3년 내에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극찬했다.
장수정을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으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부터 장수정의 해외오픈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장수정의 부친 장세천(45)씨는 “하루 한 통 이상 우유를 먹이고 한약도 다려주면서 발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내달부터는 외국인 개인교사를 붙여 영어회화도 익히게 할 생각”이라며 장수정을 ‘여자 이형택’으로 만들고픈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남녀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와 쥐스틴 에냉을 가장 좋아한다는 장수정은 “엄마 아빠가 테니스를 치는 게 재미있어 보여 시작했어요. 하루 10시간 가까운 훈련이 조금 힘들지만 열심히 해서 에냉처럼 세계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라고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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