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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경영'에 후폭풍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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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경영'에 후폭풍 얼마나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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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어렵게 쌓아올린 ‘글로벌 삼성’의 브랜드와 대외 신인도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14일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이 압수수색 당하면서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이 대두하자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이 회장이 소환될 경우 이 회장 개인으로서도 불명예일 뿐 아니라 이 회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룹의 대외 신인도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 당시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삼성의 글로벌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에서부터 아프리카 중부 나이지리아의 경제도시 라고스까지 전 세계에 삼성 브랜드가 휘날리고 있다.

삼성은 96년부터 이 회장의 주창으로 브랜드 경영을 제창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애니콜’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렸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통해 더욱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가전업체 삼성에서 최첨단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 덕분에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지난해 발표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99년 31억 달러에서 2006년 168억 달러(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21위)로 5배 이상 성장했다.

더욱이 8월 베이징 올림픽은 삼성이 지난 10년간 닦아온 브랜드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며, 그 선두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이 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노키아는 물론이고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과 사활을 건 전쟁을 하고 있는 만큼 베이징올림픽 마케팅은 삼성에겐 건곤일척의 승부나 다름없다.

삼성 관계자는 “비자금 연루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에서 존경받는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소환될 경우 회사 이미지는 물론이고 IOC위원으로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의 훼손 못지 않게 실제 사업상의 타격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당장 삼성전자의 해외 거래선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삼성건설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해외사업 수주 등에는 가시적인 피해가 올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새해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투자, 고용 등 신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올 1월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삼성은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특검이 석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1분기 농사는 사실상 끝났다며 침통해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반도체 LCD 등 전자 산업에서의 설비 투자나 연구 개발(R&D) 투자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투자 결정 여부를 진행할 수 없어 경쟁력이 침식당할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경제살리기와 이를 위한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도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삼성의 동참 없이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삼성은 국내총생산(GDP)의 18%,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 한국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도 이 같은 위상을 감안,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키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해(22조5,000억원)보다 2조~3조원 증가한 25조원의 안팎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수뇌부가 수사 대상에 올라 있어 아직 구체적인 세부 내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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