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게릴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 6년 만에 풀려난 클라라 로하스(44ㆍ여)가 13일 억류 당시 게릴라 단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살짜리 아들과 감격의 상봉을 나눴다. 로하스가 아들 엠마누엘과 생이별한 지 3년 만이다.
AFP통신은 이날 로하스가 콜롬비아 공군기를 타고 수도 보고타에 도착한 후 엠마누엘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상봉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콜롬비아 아동복지국의 엘비라 포레로 국장은 “모자가 깊은 포옹을 나누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로하스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엠마누엘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2주 후에 집으로 데려갈 예정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로하스는 귀국하기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엠마누엘의 출산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로하스는 “2004년 4월 정글에서 게릴라 단원이 부엌칼로 시술하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들을 낳았다”고 증언했다.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난 로하스는 게릴라 남자 간호사로부터 “움직이지 마라,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로하스는 아들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이름을 ‘엠마누엘’로 지었다고 말했다.
아들을 얻은 기쁨은 잠시였다. 게릴라들이 출산 당시 팔을 다친 데다 풍토병을 앓던 생후 8개월 된 엠마누엘을 치료해주겠다며 로하스로부터 아들을 빼앗아갔다. 이후 엠마누엘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로하스는 석방 보름 전에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엠마누엘이 보고타의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행복했으나 번민하기도 했다”며 “게릴라에게 의사의 진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엠마누엘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로하스는 “출산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으며 자신이 엠마누엘의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그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들은 엠마누엘의 아버지가 ‘리고’라는 이름의 게릴라 간부라고 보도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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