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 부분은 좀 더 독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저런, 저기선 춤을 더 신나게 췄어야지.”
공연을 3주 앞두고 런 스루(run-throughㆍ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는 마지막 단계의 연습)가 한창인 연습실. 런 스루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출자는 중간중간 일일이 동선과 억양을 지적하고 한편에선 다른 배우들의 엇나간 연기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로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1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열띤 토론을 벌이는 배우들. 프로와 아마추어 배우들이 뒤섞여 있지만 극의 감동 만큼은 그 어느 뮤지컬보다 강력한 라이선스 뮤지컬 <러브> 의 연습실 풍경이다. 러브>
뮤지컬 <러브> 는 런던 웨스트엔드도, 뉴욕 브로드웨이도 아닌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지난해 9월 공연된 최신작. 아이슬란드의 촉망 받는 연출가 기슬리 가다슨의 작품으로 5월 웨스트엔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노인 요양원을 배경으로, 황혼의 사랑을 비틀즈의 ‘렛 잇 비’, 아바의 ‘생큐 포 더 뮤직’, 본 조비의 ‘아이 러브 락앤롤’ 등 팝송 선율에 실어 따뜻하게 전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러브>
요양원에 새로 들어 온 니나(이주실, 전양자)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요니(김진태)는 니나를 만나기 위해 의사 흉내를 내는 모험을 감행하고, 아돌프는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사진 첩을 넘기며 지난 날을 회상한다. 또 오마르(정현)는 신디(서권순, 박영옥)의 구박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장미꽃을 내민다.
극중 니나와 요니의 키스를 목격한 니나의 아들 버티는 ‘추잡한 일’이라며 두 사람을 비난하지만 무대에 그려질 황혼의 사랑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젊은 시절에는 노년에는 사랑이 다 끝난다고 생각했다”는 신디 역의 탤런트 서권순(62)씨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잠시 잊고 살 뿐이지 사람은 누구나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러브> 연습실엔 실제 무대와 똑같이 17개의 침대가 놓여 있다. 출입문 위편으로는 비록 종이 푯말이지만 ‘행복 요양원’이라는 커다란 글씨도 눈에 띈다. 무대 경험이 부족한 일반인 배우가 20명이나 되는 까닭에 최대한 무대의 느낌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러브>
뮤지컬 <러브> 는 이미 지난 연말 노인 배우를 뽑는 오디션으로 화제가 됐다. 연출자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일일이 연기 지도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작업이지만 자연스러운 요양원 분위기를 위해 젊고 노래 잘 하는 배우 대신 일반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러브>
일반인 배우들은 조역이나 앙상블을 맡고 있지만 주연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안에도 퇴장하지 않기 때문에 출연 비중은 적지 않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치매에 걸린 아돌프 부인 역을 맡은 윤이남(62)씨는 “뮤지컬을 하면서 만능탤런트가 된 느낌”이라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들어 물이나 과일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공연 한 달 전부터 일찌감치 런스루에 들어간 것도, 홍삼이나 자양강장 음료가 연습실 곳곳에 놓여 있는 것도 이들 ‘신인 배우’들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다.
1막에서 니나와 요니는 데이트 중 뮤지컬 <맘마미아!> 를 보러 간다. 원작에는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어린이 배우를 구하기 힘들어 고민하던 제작진이 아이디어를 냈다. 출연 배우들이 뮤지컬 <맘마미아!> 를 극중극으로 공연하게 한 것. 맘마미아!> 맘마미아!>
50, 60대로 구성된 여배우들이 선보이는 ‘댄싱 퀸’과 같은 기간에 공연되는 뮤지컬 <맘마미아!> 의 ‘댄싱 퀸’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 듯하다. 공연은 다음달 1일부터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02)575-6606 맘마미아!>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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