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옵서버지 보도
폴크스바겐식 ‘노사화합’의 비밀은 뇌물과 성매매 알선 등 추잡한 뒷거래였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폴크스바겐 경영진이 수년 동안 회사의 중대 결정에 노동자 위원회(노동조합)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 노조 간부들에게 수백만유로의 뇌물과 해외 성매매 여행 등을 제공해 온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뒷거래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13일 영국 옵서버지가 보도했다.
사건의 전말은 2005년 한 폴크스바겐 내부자가 ‘보상 체계’의 실상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인사국장인 페테르 하르츠와 두 명의 고위 간부, 그리고 노조 조합장 등이 재판에 회부됐으며, 지난주에는 1993~2002년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를 맡았던 페르디난트 피흐 전 회장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부적절한 뇌물 사례는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서울, 프라하에서 델리까지 전세계를 돌며 발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 노조 위원장인 클라우스 폴케르트는 200만유로의 부정 보너스를 받은 것은 물론 브라질인 애인 아드리아나 바호스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비용도 회사에서 받았다. 성매매 여행에 ‘비아그라’까지 공짜로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2006년까지 노조 간부였던 한스 위르겐 울 전 사민당 의원은 노조 집행부가 여행을 갈 때면 오로지 ‘섹스’만이 화제의 중심이었다고 실토했다.
지난주 증인으로 출석한 전 인사부장의 여비서는 노조 간부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집단 섹스 파티를 위해 널찍한 장소를 물색하고 파티장의 내부 장식까지 해야 했다면서 울먹였다.
노조 간부의 부인들에게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 상품권을 제공하고 파리로 쇼핑을 보내 준 사례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 간부들에게 부적절한 뇌물을 준 이유는 임금동결이나 감원 등 중요 이슈에서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폴크스바겐 노사는 2004년 독일 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7년간 보장해 주는 대신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늘리고 2년간 임금을 동결키로 하는 등 이른바 ‘대타협’을 이뤄낸 적이 있다.
언론들이 ‘노사화합’의 사례로 제시하는 폴크스바겐의 대타협에는 이 같은 추악한 비리가 숨어있었다. 피흐 전 회장은 지난주 법정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저질러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면서 이 같은 부정이 회사의 재기에 기여했다는 암시를 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그 대가가 임금 동결과 복지혜택 축소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번 재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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